"빅테크 갑질 막을 법이 없다"...부처 이기심에 붙잡힌 민생법안

"빅테크 갑질 막을 법이 없다"...부처 이기심에 붙잡힌 민생법안

세종=유선일 기자
2021.09.07 15:49

[세종썰록]

[편집자주] [세종썰록]은 머니투데이 기자들이 일반 기사로 다루기 어려운 세종시 관가의 뒷이야기들, 정책의 숨은 의미를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2021.8.24/뉴스1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2021.8.24/뉴스1

카카오·네이버 등 이른바 '빅테크'들이 입점업체를 상대로 저지르는 '갑질'을 막기 위한 법안들이 부처들의 '밥그릇 싸움'에 발목 잡혀 국회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 법안들이 수개월째 표류하는 동안 대형 온라인플랫폼에 입점한 약 180만개 업체는 여전히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7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온라인플랫폼 업체의 입점업체 상대 불공정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법안이 총 8건 국회에 발의돼 있다.

8개 법안은 '온라인플랫폼의 입점업체 대상 불공정행위 차단'을 공통의 목표로 제각각 대안을 담고 있다. 8개 법안 가운데 5건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2건은 야당인 국민의힘과 정의당, 나머지 1건은 정부가 발의한 것이다. 여·야·정이 이번 사안에 대체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들 법안은 짧게는 5개월, 길게는 1년 이상 국회를 떠돌고 있다.

법안 처리가 더딘 주요 원인으로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간 의견 충돌이 꼽힌다. 공정위는 지난 1월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이하 플랫폼공정화법)을 발의했다. 그러나 방통위는 이보다 한달여 앞서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이하 플랫폼이용자보호법)을 지지하고 있다.

플랫폼공정화법과 플랫폼이용자보호법은 온라인플랫폼에 대한 규제 권한 부처를 각각 공정위, 방통위로 규정하고 있다. 공정위는 불공정거래 감시·제재는 자신의 고유 업무 영역이라 방통위가 권한을 행사할 경우 이중규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방통위는 온라인플랫폼이 통신서비스의 일환이기 때문에 방송·통신 분야 전문 규제기관인 방통위가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맞서고 있다.

플랫폼공정화법와 플랫폼이용자보호법은 국회의 소관 상임위원회가 각각 정무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로 다르다는 점도 국회 내 조율을 어렵게 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업계 관계자는 "여당 내에서도 정무위와 과방위 소속 국회의원 간 의견 차이가 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법안 통과가 늦어짐에 따라 수많은 입점업체들은 온라인플랫폼의 갑질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다. 공정위에 따르면 대형 온라인플랫폼(연간 매출액 100억원 또는 판매금액 1000억 이상인 약 30개 기업 기준)과 거래하는 국내 입점업체는 총 180만개에 달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플랫폼공정화법은 민생법안"이라며 "(부처 간 이견을) 빨리 정리해 입법 성과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송갑석·이동주 의원 등이 주최한 '플랫폼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근절 및 골목상권 생태계 보호 대책 토론회'에서도 규제 공백에 대한 우려와 관련 입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의 김남주 변호사는 토론회 발표자료를 통해 "국회에 발의된 온라인플랫폼 관련 법안의 수만 보면 정부와 여당이 법안 통과에 매우 적극적인 것 같다"며 "그러나 공정위와 방통위가 영역 다툼을 한다는 언론 보도가 있고, 그런 이유에서인지 소관 상임위에서 본격적인 논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국회가 법을 방치하는 동안 온라인플랫폼에 관련된 수많은 소비자와 사업자, 배달사업자는 불공정한 계약 아래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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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일 기자

산업1부에서 자동차, 항공, 물류 등 담당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일본어, 대학원에서 국가정책학을 공부했습니다. 2022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표창을 받았습니다. 제보는 [email protected]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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