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썰록]

여당 대선주자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야권 대선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 정반대 쪽에 선 두 사람이지만 동의하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전속고발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불공정행위 혐의의 기업을 재판에 넘길 수 있도록 한 게 전속고발권 제도다.
전속고발권 폐지로 피해를 보는 건 기업이다. 기업에 대한 악의적 고발이 넘쳐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OB(Old Boy·전직 관료)들까지 나서서 우려를 표하는 이유다. 반대로 전속고발권 폐지로 최대 수혜를 보는 건 검찰이다. 윤 전 총장이 전속고발권 폐지를 요구하는 배경이다.

이재명 지사는 지난 6월 기자회견에서 "대선후보가 된다면 당의 협조를 얻어 정기국회에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총장 후보자 시절이던 2019년 7월 국회 서면답변을 통해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해 "공정한 경제질서 달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전속고발권 폐지는 대선 때마다 '단골'로 나오는 공약 중 하나다. 공정거래법 등 6개 법률에 대한 독점적 고발권을 가진 공정위가 고발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그동안 다수 대선주자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문재인 정부도 전속고발권 폐지를 공약했고 관련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됐다. 그러나 지난해 말 국회 처리가 무산되면서 공약 이행은 사실상 어려워진 상태다.

공정위 OB들은 전속고발권 폐지가 득보다 실이 많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2018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공정위 부위원장을 지낸 지철호 전 공정위 부위원장은 최근 펴낸 '전속고발 수난시대'라는 제목의 책을 통해 "섣부른 판단으로 전속고발권을 폐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 부위원장은 2018년 6월 검찰이 공정위의 '퇴직자 불법 재취업'과 '소극적인 대기업 고발'을 문제 삼아 공정위를 수사한 것을 두고 "공정위를 압박해 전속고발권 폐지라는 궁극의 목적을 이루려는 것이 의도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검찰이 기업을 직접 수사할 수 있게 돼 법조계의 역할이 막중해진다"며 "전속고발권 폐지는 검찰을 비롯한 법조계의 오랜 염원"이라고 했다.
지 부위원장은 2018년 8월 법무부와 공정위가 공동 발표한 '전속고발권 폐지 합의문'에 대해선 "법무부(또는 검찰)의 입장만 반영된 합의 없는 합의"라고 주장했다. 당시 합의문에는 경성담합(입찰·가격 담합 등)에 대한 전속고발권 폐지, 양 기관 간 리니언시(자진신고제) 정보 공유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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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부위원장은 "전속고발권 폐지로 공정거래법이 과다 집행되면 직접 피해자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기업"이라고 했다. 이어 "공정거래법이 과다 집행되면 법조 분야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이들을 위한 큰 시장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전속고발권 폐지의 확실한 수혜자는 법조계"라고 주장했다.
공정위의 다른 OB도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악의적인 고발 남용 등 부작용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대선주자들이 소모적이고 해묵은 논쟁을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