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국토보유세'의 전신은 어떻게 '위헌'이 됐나[세종썰록]

이재명 '국토보유세'의 전신은 어떻게 '위헌'이 됐나[세종썰록]

세종=김훈남 기자
2021.11.13 08:00
[편집자주] [세종썰록]은 머니투데이 기자들이 일반 기사로 다루기 어려운 세종시 관가의 뒷이야기들, 정책의 숨은 의미를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매타버스(민생버스) 출발 국민보고회에서 마스크를 바로 쓰고 있다. 이 후보는 이번 주말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방문을 시작으로 8주 동안 전국 8개 권역을 순회할 예정이다. /사진=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매타버스(민생버스) 출발 국민보고회에서 마스크를 바로 쓰고 있다. 이 후보는 이번 주말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방문을 시작으로 8주 동안 전국 8개 권역을 순회할 예정이다. /사진=뉴스1

내년 3월 대선을 향한 레이스가 본격 시작됐습니다. 각 후보의 정책도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고 그에 대한 상대진영의 공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러한 공방전의 한 가운데 있는 사안 중 하나가 '토지공개념'을 바탕으로 한 과세문제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는 '국토보유세'라는 이름으로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세금 신설을 주장했고, 제3지대에서 출마를 선언한 김동연 후보(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는 저서를 통해 "토지에서 나오는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현 정부들어 나타난 부동산 가격 폭등과 '대장동' 사건에 대한 두 후보의 대답입니다. 개인이 공공재인 토지를 보유하면서 발생한 이익을 세금으로 환수하자는 것인데요. 사실상 1998년 사라진 토지초과이득세(토초세)를 부활시키자는 얘기입니다. 노태우 정권에 만들어진 토초세는 3년 단위로 유휴토지의 지가상승분에 대해 30~50%를 과세했습니다.

토초세가 사라진 것은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헌재는 1994년 7월 청구인 2명이 제기한 헌법소원에서 이같은 결정을 내렸습니다. 헌법불합치는 헌법재판 대상의 위헌성은 인정되지만 즉시 폐기 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혼란을 고려해 정부의 대체입법을 요구하는 위헌결정 중 하나입니다.

이 사건의 결정문을 살펴보면 A씨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토지 295.5㎡을 보유하고 창고와 무허가 건물 2동을 보유해 토초세 2096만원을 부과받았습니다. 무허가건물이 유휴토지에 해당하니 초과이득세를 내야한다는 게 관할 세무서의 판단입니다. B씨는 여의도에 1375㎡부지와 지하3층 지상10층 규모 건물을 보유했는데, 관할 세무서는 이 건물이 임대에 쓰이고 있는 유휴토지에 해당한다 며 토초세 2억7948만원을 고지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행정재판을 거쳐 결국 헌법소원까지 이르렀습니다.

두 사건을 합쳐 심사한 헌재는 토초세가 초과이득에 대한 과세를 넘어 원본, 즉 토지에 대한 직접 과세가 될 수 있어 재산권 침해나 이중과세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헌재는 "(과세 기준이 되는) 전국 표준지에 대한 선택 폭이 좁고, 전문지식이 있다고 볼 수 없는 공무원이 개별토지의 지가 산정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며 "토초세가 이득에 대한 과세가 아니라 원본에 대한 과세가 될 위험이 높아 헌법상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토지가격의 등락에 대한 보충규정을 두지 않아 장기간 보유로 토지가격 등락 시 초과이익이 없는 경우에도 토초세를 부담할 수 있다"며 "헌법상 사유재산보장 취지에 위배된다"고 결정문에 밝혔습니다.

헌재는 "객관성 보장이 어려운 미실현 이득에 대해 최대 50%의 고세율 적용해 원본잠식 우려가 있다"고도 판단했습니다. 자칫 토초세가 누적되면 보유한 토지가격보다 나라에 내야할 세금이 커지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얘기입니다. 이밖에 양도소득세와 겹치는 성격이 있는데도, 양도세 공제조항을 마련하지 않아 실질과세 원칙을 위배했다는 게 위헌결정의 요지입니다.

다만 헌재는 미실현 이득에 대한 과세 자체는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헌재 측은 "과세대상인 자본이득 범위를 실현 소득에 국한할 것이냐, 미실현이득에 포함시킬 것이냐는 입법정책의 문제일 뿐"이라며 "헌법상 조세개념에 저촉되거나 모순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결국 토지공개념을 바탕으로 한 근본적인 과세는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27년 전 위헌판단에 대한 보완책을 내놓지 않는 한 두 후보의 공약은 설득력을 얻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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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남 기자

안녕하세요. 정치부 김훈남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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