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 '미등기임원' 계열사들 공개될까...공정위도 "ESG"

대기업 총수 '미등기임원' 계열사들 공개될까...공정위도 "ESG"

세종=유선일 기자
2022.01.09 08:00

[세종썰록]

[편집자주] [세종썰록]은 머니투데이 기자들이 일반 기사로 다루기 어려운 세종시 관가의 뒷이야기들, 정책의 숨은 의미를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2022.01.03.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2022.01.03.

"대기업집단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활성화를 유도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와 관련된 대기업집단 공시 항목을 발굴하겠다."(2022년 1월 4일, 공정거래위원회 2022년도 주요업무 추진계획)

올해 공정위 연간 업무계획에 처음 ESG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딴 것으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는 비재무적 성과 측정 요소로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얼핏 보기에 공정위와 큰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ESG가 업무계획에 담긴 이유는 무엇일까?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집단과 관련된 주요 문제 중 하나가 총수와 총수일가가 적은 지분율로 그룹에 지배력을 행사하는 '권한과 책임의 불일치'"라며 "책임 경영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ESG 중 G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가 구체적으로 무엇에 주목하고 있는지는 지난달 발표된 '2021년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공정위는 매년 자산총액이 5조원 이상인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 현황을 분석해 발표한다. 그런데 이번에 처음 해당 자료에 '총수일가의 미등기임원 재직 현황'을 포함했다. 2021년 기준 총 54개의 '총수 있는 대기업집단'의 2020년 12월 말 기준 미등기임원 재직 현황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미등기임원은 '법인 등기부등본에 등록돼있지 않고 이사회 활동을 하지 않는 임원으로, 명예회장·회장·부회장·사장·부사장 등 회사의 업무를 집행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을 사용해 업무를 집행하는 자'다. 쉽게 말해 법적인 책임 없이 회사 내에서 직위·보수를 누리는 임원이다.

현행 공정거래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대기업집단은 매년 5월 31일까지 임원 현황 등을 의무 공시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의미하는 임원은 '등기임원'이기 때문에 미등기임원 현황은 외부에 공개할 의무가 없다. 공정위가 이런 점을 고려해 54개 대기업집단의 미등기임원 현황을 파악해봤더니 각 그룹의 총수일가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총수일가 지분율이 20% 이상인 계열사, 그 계열사가 지분을 50% 넘게 보유한 자회사)에 집중적으로 재직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공정위의 집중 감시가 필요한 '요주의 대기업 계열사'에 총수일가가 대거 미등기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이재현 CJ그룹 회장. 2020.1.20/뉴스1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이재현 CJ그룹 회장. 2020.1.20/뉴스1

지난해 말 공정위는 미등기임원 활동으로 많은 보수를 받고 있는 일부 대기업집단의 총수를 공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미등기임원으로서 받은 보수가 가장 많은 총수는 이재현 CJ그룹 회장(123억7900만원), 2위는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53억8000만원)이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총수일가가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는 사실은 책임경영 측면에서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의무 공시 항목에 총수일가 중 미등기임원 현황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런 방안이 추진될 경우 각 대기업집단에서 총수일가가 몇 개의 계열사에서 미등기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지 대외적으로 매년 공개가 된다.

다만 현재도 공시가 의무로 돼 있는 등기임원의 '현황'은 세부적으로 임원명·직위·취임일 등 11개의 비교적 '가벼운 항목' 뿐이라 보수액 등이 공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현행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사업보고서 제출 대상 기업의 임원은 보수가 5억원 이상인 사람 중 상위 5명에 대해서만 보수를 사업보고서에 기재해야 한다. 공정위가 이번에 CJ, 하이트진로 외에 다른 대기업집단에 대해선 미등기임원으로 활동하는 총수의 보수액을 공개하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정위는 미등기임원 현황 외에도 대기업집단의 책임경영을 강화할 수 있는 공시 항목에 무엇이 있는지 지속 발굴할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올해 연구용역을 통해 새로운 항목을 발굴하고 공시 대상에 포함할지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유선일 기자

산업1부에서 자동차, 항공, 물류 등 담당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일본어, 대학원에서 국가정책학을 공부했습니다. 2022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표창을 받았습니다. 제보는 [email protected]로 부탁드립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