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잃은 동물, 도시로 나온 감염병…결국 우리에게 달렸다

집 잃은 동물, 도시로 나온 감염병…결국 우리에게 달렸다

안정준 기자
2022.06.02 14:41

[MT리포트]동물의 역습, 울리지 않는 조기경보⑤끝.

[편집자주] 1997년 코로나19 대유행을 경고한 도널드 버크 피츠버그대학 공중보건대학원 교수는 인수공통감염병과 맞설 무기로 '과학적 근거를 강화한 대비'를 강조했다. 어떤 바이러스가 어디서 어떻게 발생했는지 신속히 파악해야 준비를 갖춰 대응할수 있으며 이것이 '과학방역'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안타깝게 '사후 대응'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 사이 인류를 위협할 바이러스를 품은 원숭이, 박쥐 등은 각종 인수공통감염병 유행을 통해 우리에게 불길한 신호를 보낸다. 윤석열 정부의 '과학방역'이 나가야할 방향을 짚어본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모든 것은 우리에게 달려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의 특파원으로 전 세계 정글과 늪지를 누비며 감염병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기록한 데이비드 콰먼은 그의 저서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를 이 같은 문장으로 끝맺는다. 오지에서 야생동물의 바이러스 추적하는 조사관과 연구실에서 바이러스의 진화 양상을 점검하는 감염병 석학 등 그가 만난 모든 인수공통감염병의 파수꾼들이 입을 모아 제시한 최선의 대비책은 "결국 우리가 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감염병 전문가들의 시각도 같다. 송창선 대한인수공통감염병학회장(건국대 수의학과 교수)은 "인수공통감염병의 잦은 유행 배경은 인구의 폭발적 증가"라고 말했다. 1960년부터 약 10년 간격으로 10억명씩 불어난 세계 인수는 현재 80억명에 육박한다. 개체수가 늘어난 인류가 삶의 터전을 확장시키면서 이전에는 서로 섞일 일 없던 야생동물의 바이러스와 인간의 접점이 늘어난게 신종바이러스 등장의 원인이다.

때문에 문제의 해결은 "인수공통감염병 확산 경향의 원인이 인간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데서 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각종 인수공통감염병의 유행이 '어느날 갑자기', '운 나쁘게' 도래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야생동물의 무수한 접점에서 생겨난다는 점을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는 것.

전문가들은 인수공통감염병의 조기 경보 시스템 구축이 그동안 적극적으로 추진되지 못한 이유도 이 같은 인식의 부재에서 출발한다고 지적한다. 이른바 '안전 불감증'이다. 언제든 대유행을 유발할 인간과 야생동물의 무수한 접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안전 불감증이 매번 '감시와 예방'보다는 '사후 대응'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는 원인이라는 것이다.

김우주 전 대한감염학회 이사장(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종감염병에도 안전 불감증이 작용한다"며 "평상시 감시 체계를 잘 갖춰놓고 상시 가동을 해야 하는데 잊어버리고 있다가 문제가 되면 찾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민경덕 충북대 수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수많은 연구 인력과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쏟아부어도 인간 사회에서 전파가 본격적으로 시작돼버린 후에는 유행을 통제하기 매우 어렵다"고 했다.

세계보건기구(WHO)등 국제기구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유럽 질병예방통제센터(ECDC) 등이 쌓아둔 감시 노하우를 흡수하는 것도 필수라는 것이 의료계 조언이다. 우리 정부의 자체 감시 시스템 구축도 밖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현재 감염병과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는 사람, 야생동물, 해양 등 바이러스 종류와 바이러스 연구·개발 및 임상시험 단계에 따라 보건복지부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주무부처 산하에 따로 떨어져 있다. 이러다보니 빠른 감시를 통한 선제적 대응은 물론, 제대로된 연구에도 한계가 있다.

민 교수는 "이탈리아와 같은 일부 국가에서는 인간에서의 감염병과 동물에서의 감염병을 하나의 부처에서 다루는 경우도 있고, 이러한 조직구성은 인수공통감염병을 다루는데 매우 효율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국면을 통해 모두가 익숙해진 '개인방역수칙'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유입될지 모를 또다른 인수공통감염병 대응을 위한 마지막 무기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는 것이 의료계 조언이다. △하루 3회 이상 환기를 하고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손을 씻으며 △기침할 땐 입을 가리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개인방역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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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준 특파원

안녕하세요. 국제부 안정준 특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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