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금융위 말고 법무부와 함께 보고하세요"…왜?[세종썰록]

"공정위, 금융위 말고 법무부와 함께 보고하세요"…왜?[세종썰록]

세종=유선일 기자
2023.01.19 14:54
[편집자주] [세종썰록]은 머니투데이 기자들이 일반 기사로 다루기 어려운 세종시 관가의 뒷이야기들, 정책의 숨은 의미를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다보스=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다보스 한 호텔에서 열린 한국의 밤 행사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2023.01.19.
[다보스=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다보스 한 호텔에서 열린 한국의 밤 행사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2023.01.19.

당초 금융위원회와 함께 이뤄질 예정이었던 공정거래위원회의 윤석열 대통령 업무보고가 법무부·법제처와 함께 하는 것으로 바뀌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과거 공정위는 통상적으로 금융위원회 등 경제부처와 함께 업무보고를 해왔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공정위를 '경제부처'보단 '준사법기관'의 성격으로 보는 윤 대통령의 인식을 방증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19일 정부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1일 기획재정부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각 부처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종전의 계획대로면 공정위는 금융위와 함께 윤 대통령에 업무보고를 할 예정이었다. 공정위는 과거에도 보통 기획재정부, 금융위 등 경제부처와 함께 업무보고를 해왔다. 그러나 일정이 조정되면서 공정위는 결국 법무부·법제처와 함께 업무보고를 하게 됐다.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10일 오전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화상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3.1.10/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10일 오전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화상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3.1.10/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가 일각에선 검사 출신의 윤 대통령이 공정위의 준사법기관으로서의 기능을 중요시해 법무부 등과의 협력 방안 모색 차원에서 업무보고 계획을 조정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정위는 정부조직법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상 중앙행정기관이지만 법원의 1심에 준하는 기능을 갖고 있어 준사법기관으로도 분류된다. 공정위 역시 홈페이지에서 자신의 조직을 '국무총리 소속의 중앙행정기관이자 합의제 준사법기관'이라고 밝히고 있다.

미국의 경우 경쟁당국과 법무부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에선 한국의 공정위 격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준사법적 기능을 가진 합의제 행정기관인데, 법무부(DOJ)도 FTC와 협력 하에 함께 경쟁법을 집행하고 있다. FTC는 제약·식품·에너지·첨단기술 등의 분야를, DOJ 반독점국은 통신·은행·철도·항공 등의 분야를 각각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18년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미국 방문 때 DOJ 반독점국을 직접 찾아가는 등 미국 경쟁법 집행 체계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부가 공정위와 검찰 간 협력 강화를 추진하는 것도 이번 업무보고 계획 조정의 배경 중 하나라는 시각도 있다. 과거 검찰과 공정위는 전속고발제(공정위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 기소가 가능하도록 한 제도) 존치 여부 등을 두고 갈등을 빚어왔고, 지난 2018년 검찰이 공정위 퇴직자의 불법 취업 혐의와 관련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면서 긴밀한 협력이 사실상 어려운 상태였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국정과제에 '전속고발권제 개선'을 담아 제도를 폐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고 이후 검찰과 공정위는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실무진 간 협의체를 가동했다.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양 기관 간 협력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업무보고에 참석하기 위해 국회 본청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01.16.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업무보고에 참석하기 위해 국회 본청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01.16.

일각에선 이번 업무보고에서 공정위 조직개편안이 논의될 전망인데 이와 관련해 법무부 등과 협의할 사안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공정위는 윤 대통령 지시에 따라 법 집행의 공정성·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조사'와 '정책' 기능의 분리를 골자로 한 조직개편을 추진 중이다.

공정위 조직개편을 두고 야당은 공정위에서 조사를 전담하는 조직(사무처)이 검찰 등에 휘둘릴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어 이런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대안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공정위 국정감사에서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무처가 조사 기능을 전담하면 사무처장이 전권을 갖게 될 것이고 위원장은 조사에 있어 허수아비로 전락할 수 있다"며 "이러면 대통령실이나 검찰에서 직접 사무처에 지시를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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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일 기자

산업1부에서 자동차, 항공, 물류 등 담당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일본어, 대학원에서 국가정책학을 공부했습니다. 2022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표창을 받았습니다. 제보는 [email protected]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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