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가스요금 폭등, 우리에겐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기고]가스요금 폭등, 우리에겐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성시경 단국대 공공정책학과 교수
2023.02.13 07:00

얼마 전 한파가 급습했다. 그때 서울 지하철역마다 많은 노인들이 계단에 앉아 있었다. 추운 겨울날 왜 그들은 바깥에 나와 있어야 했나? 난방이 되지 않는 방이나 시설보다 지하철 역내가 더 따뜻했다고 한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감당할 수 없는 가스와 전기 요금에 따뜻한 곳으로 몰려들 수밖에 없었다. 고지서를 받아든 집들마다 난리다. 보일러의 에너지 절감 기능을 다시 살펴보기 시작했으며 입춘이 지나고서도 '뽁뽁이'(에어캡) 같은 단열 용품이 꾸준히 팔린다고 한다.

사실 가스비 인상은 예견됐었다. 전 세계가 공통으로 처한 현실이다. 코로나 이후 경기 회복으로 천연가스 수요가 증가한 상황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에너지 공급선이 막힌 유럽 여러 국가가 LNG 시장에 뛰어들면서 국제 선물 가격이 역대 최고로 치솟기도 했다.

가스요금 인상과 한국가스공사 미수금에 대한 논란이 많다. 에너지원을 해외에 의존하는 국가로서 더구나 LNG를 전량 수입하기에 도시가스 요금 인상 요인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지난해 초 4조5000억 원이었던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연말 기준 9조 원으로 추정되며 역대 최고치 경신이 예상된다.

어느 정권이든 지지율을 위해 높은 물가 수준을 유발하는 공공요금 인상을 주저한다. 가스뿐만 아니라, 수도, 전기, 버스·지하철 요금 등도 마찬가지며 원가보상률이 낮은 수준이다. 이는 올해 도시가스 가격 급등과 같이 누적된 인상 요인을 일시에 반영하는 경향으로 나타나며 장기적으로는 적절한 재투자를 못함으로서 국민은 비싸고 질 낮은 공공서비스를 소비하게 된다.

흔히들 공공요금을 서비스 이용에 따른 정당한 대가의 지급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마치 세금을 내는 것으로 생각해서 어떻게든 낮추려고 한다. 때로는 공공부문에 있었던 비효율과 부패를 생각해 청구된 가격을 의심하기도 한다. 공공부문이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 사용에 대한 정당한 가격을 청구하고 그 가격을 지급하게 만드는 정책 기제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가스요금을 둘러싼 논란을 보며 다음과 같은 변화와 혁신을 제안한다. 첫째 가스요금과 같은 공공요금의 가격 결정 방식을 개편해야 한다. 원가보상률이 낮은 것은 정치 논리에 기반을 둬서 소비자가격을 결정하였기 때문이다. 경제를 위한다고는 하지만 실제 그렇지 않다. 사용한 사람이 정당한 가격을 지급해야 한다는 원칙을 적용하지 않았기에 다른 사람이 부담하거나 미래에 더 큰 부담을 지게 되었다. 아울러 정부와 공공서비스 공급자는 정당하게 계산된 원가와 투자비에 기반을 둔 가격 결정 방식을 항상 고민해야 한다.

공공요금 인상은 갈수록 팍팍해지는 가계살림에 달가운 소식은 아니다. 하지만 정당한 원가를 반영한 요금을 소비자가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가스요금을 비롯한 공공요금의 변동 계획을 미리 발표해 가격 인상에 대비토록 해야 한다. 즉 가격 변동정보를 사전에 제공함으로써 각 개인에 맞는 적정 소비량을 선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 에너지 복지 체계의 강화가 필요하다.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인해 심각해진 경제적 격차는 에너지 소비의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있다. 특히 가스요금 인상으로 예년보다 난방비 부담이 더해진 현실에서 취약계층을 위한 에너지 복지 프로그램 확충이 절실하다.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는 살림살이에서 더는 줄일 것이 없는 취약계층이 난방비까지 포기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생존권을 위협하는 문제다. 취약계층이 최소수준이라도 난방을 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취해야 한다. 에너지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보장 시스템과 연계한 에너지 바우처 제도의 개선과 지원의 확대가 필요하다.

셋째 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의 경영 혁신이 필요하다. 변동성이 큰 천연가스 시장에서 가스공사는 바잉 파워(buying power)를 충분히 활용해 경제적인 천연가스 도입에 더 집중해야 한다. 세계의 자원 전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는 역량과 전략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미수금의 확대에도 장부상 순이익에 따라 배당하는 정책은 재고해야 한다. 표면적인 영업이익과 차입에 의한 배당은 가스공사의 재무 상황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 세계 경제가 급격하게 변하는 소용돌이 속에서 조직의 명운과 국가 경제를 망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성시경 단국대 공공정책학과 교수
성시경 단국대 공공정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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