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복지성 중기 R&D 지원, 효과 없어...진짜만 키운다"

[단독]"복지성 중기 R&D 지원, 효과 없어...진짜만 키운다"

세종=유선일 기자, 세종=박광범 기자
2023.08.15 14:00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2023.08.15.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2023.08.15.

정부가 '1억원 이하 소규모 사업'을 중심으로 내년 R&D(연구개발) 예산을 깎기로 한 것은 다수 중소기업이 매년 막대한 예산을 쓰면서도 제대로 된 R&D 성과를 내지 못해 사실상 복지 사업이 됐다는 문제의식이 바탕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 지시대로 앞으로는 '나눠먹기' 관행을 근절하고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될 '진짜 R&D'를 집중 지원하겠다는 의지다.

그동안 우리나라 R&D 예산은 사실상 매년 '디폴트'로 증액됐다.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2013년 16조9000억원이었던 R&D 예산은 매년 꾸준히 증가해 2019년 20조원대(20조5000억원)를, 지난해 30조원대(31조1000억원)를 돌파했다.

R&D 예산 증가율은 문재인정부 때 급격히 상승한다. 2018년 1.1%였던 R&D 예산 증가율은 2019년 4.4%로 높아지고 2020년 18%로 급등했다. 이후 2021년 13.1%, 2022년 8.7%, 지난해 4.4%로 점차 내려왔다.

지난 정부 때 '중소기업 R&D 예산' 역시 크게 증가해 지난해 기준 약 1조8000억원이 중소기업 지원에 쓰였다. 문제는 다수 중소기업이 R&D 역량이 부족한데도 사실상 '복지성'으로 예산을 뿌리는 사업이 늘면서 지원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재정만 축냈다는 점이다.

'건전재정' 기조를 전면에 내건 윤석열 정부는 내년 이런 나눠주기식 R&D 예산을 대거 삭감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R&D는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판단의 기저에는 정부 R&D 성공률이 100%에 가까운데도 정작 과학기술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은 한참 뒤처진다는 문제의식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R&D 예산을 무조건 삭감하겠다는 입장은 아니다.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진짜 R&D'는 과감하게 밀어주겠다는 의지다. 이에 따라 내년 R&D 예산은 반도체·바이오·AI(인공지능)와 같은 전략기술에 중점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120대 국정과제'에서 "경제성장과 안보 차원에서 주도권 확보가 필수적인 전략기술을 지정해 초격차 선도 및 대체 불가 기술 확보를 목표로 집중 육성할 것"이라며 "범부처 민관합동 회의체를 중심으로 전략로드맵을 수립하고 전략기술 육성을 위한 R&D 투자 확대, 중장기 프로그램형 R&D 등 전략기술 발굴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같은 이유로 내년 R&D '국제협력' 부문 예산은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나라 R&D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이미 해당 수준으로 올라온 국제기관과 적극 협력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윤 대통령은 "R&D 국제협력은 세계적 수준의 공동연구를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해외 석학과 연구자가 산업부 국제 공동 R&D 예산을 받을 수 있도록 문턱을 없애겠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장 차관은 "단일 국가를 뛰어넘는 대규모 기술 혁신과 함께 첨단기술 개발 역량을 가진 연구자의 참여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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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일 기자

산업1부에서 자동차, 항공, 물류 등 담당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일본어, 대학원에서 국가정책학을 공부했습니다. 2022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표창을 받았습니다. 제보는 [email protected]로 부탁드립니다.

박광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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