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65세 빨리, 임금은 깎지 말고" 요구…경영계는 난색

"정년 65세 빨리, 임금은 깎지 말고" 요구…경영계는 난색

김주현 기자
2025.11.06 17:01

빠르게 늙어가는 대한민국…"정년연장 사회적 합의점 찾아야"

 28일 오후 대구 달서구청에서 한 구직자가 취업정보를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스1
28일 오후 대구 달서구청에서 한 구직자가 취업정보를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스1

대한민국이 빠르게 늙고 있다. 이미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이다. 게다가 향후 20년의 고령화 속도가 지난 20년보다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감소와 숙련 인력 부족이 겹치면서 정년연장 논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하지만 청년 고용 위축과 기업 부담 증가 등 부작용 우려도 여전하다.

고령화, 10년간 노동공급 141만명 줄인다

정년연장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넓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고용률이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경우 향후 10년간 노동공급은 141만 명 줄어든다. 전체 노동공급의 6.4% 수준이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을 3.3%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반대로 65세까지 계속 근로할 수 있다면 향후 10년간 성장률을 0.9~1.4%포인트(p) 높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퇴직 이후 소득공백도 문제다. 정부는 국민연금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13년부터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60세에서 65세로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중이다. 이에 따라 2028년 이후 정년(60세)에 은퇴하면 연금을 받기까지 5년간 소득이 끊기는 '소득 크레바스(공백)'이 발생한다.

정년 연장 희망 여부/그래픽=이지혜
정년 연장 희망 여부/그래픽=이지혜

국민 대다수도 정년연장 희망

대다수 국민도 정년연장을 바란다. 머니투데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만 30~59세 정규직 상용근로자 10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7%가 "정년퇴직 후에도 일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50대 응답자의 45%가 "많이 있다"고 답해 연령이 높을수록 근로 의향이 강했다.

또 응답자 가운데 89%는 정년연장이 고령화 문제의 해법이 될 것이라는 주장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는 응답률은 91%에 이른다.

하지만 정년 연장으로 고령자의 고용 경직성이 커지면 청년 고용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전체 응답자 68%는 정년 연장이 청년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주장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정년을 연장할 경우 우려되는 사항으로는 △청년층 신규 채용감소(27%) △인건비 부담(19%) △고령화로 인한 생산성 저하(18%) 등이 꼽혔다. 정년 연장이 세대갈등을 촉발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불지핀 양대노총, 경영계는 '난색'

정년연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였다.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은 정년연장 논의 TF(태스크포스)를 출범해 논의를 지속해왔다. 민주당은 지난 3일 정년연장 TF를 특별위원회로 격상한 뒤 연 첫 회의에서 2033년까지 정년을 단계적으로 65세로 늘리는 법안을 올해 안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이를 환영하면서도 더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지난 5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법안을 올해 안에 통과시켜 달라"고 촉구했다.

정년연장 필요성에 대해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는 상황에서도 사회적 합의점을 찾기 힘든 이유는 방법론에 있다. 노동계는 임금 삭감 없이 일률적인 법적 고용 의무화를 요구한다. 경영계에선 임금 체계와 직무 조정이 가능한 '퇴직 후 재고용'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경영계는 난색을 표한다. 현행 연공서열식 임금체계 아래 법정 정년만 일률적으로 늘리면 기업 부담이 커지고 청년층 일자리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경영계는 법정 정년연장 대신 '퇴직 후 재고용'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고령층이 일정 임금 조정을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계속 근로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보완 없는 정년연장은 부작용 초래"

전문가들은 '보완책 없는 정년연장'에 신중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은다. 한은은 지난 4월 보고서를 통해 고령층 계속근로를 위한 정책 방향으로 법정 정년 연장보다 퇴직 후 재고용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2016년 임금체계 조정없이 법정 정년을 연장했던 사례를 분석했을 때 수혜는 대기업 등 일부 근로자에 집중된 반면 청년층 고용은 위축되는 부작용이 컸다는 이유에서다.

오삼일 한은 고용연구팀장은 "잠재성장률 등을 고려할 때 정년연장이 필요하지만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퇴직후 재고용 등 임금 연공성을 완화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임금피크제가 정년연장 법안에 명문화되는 방법도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들이 안고 있는 인력 운영상의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일률적인 정년 연장 방식은 근로자와 기업 모두에게 불이익이 갈 수도 있다"며 "연공 서열 문화가 강고하게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 법적 정년만 연장한다면 인력 운영의 경직성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적 타협이 이뤄지려면 60세 이후에는 새로운 업무와 임금 체계를 맞추는 방식으로 기업의 부담을 줄이고 청년층과의 조화도 이뤄야 한다" 정년연장은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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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사회부 김주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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