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한미 관세협상 내용의 국회 비준 요구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했다. 국회 비준이 향후 대미 협상 과정에서 한국 측에 불리한 구속력을 만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의 비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 "MOU 25조를 보면 조문 자체에 구속력이 없는 걸로 돼 있다"며 "비준 동의를 받으면 우리만 구속되는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앞서 한미 양국은 관세 협상과 관련 조인트팩트시트(JFS, 양국공동설명자료)를 공개하고 산업통상부와 미 상무부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관련 전략적투자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구 부총리가 언급한 MOU 25조는 '본 양해각서는 미국과 한국 간의 행정적 합의로서 법적 구속력 있는 권리 및 의무를 발생시키지 않는다. 본 양해각서는 어떠한 제3자에게도 권리나 이익을 부여하지 않으며 미국 또한 한국의 관련 법률 또는 국제법에 따른 어떠한 권리나 의무도 발생시키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이날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해 "프로젝트 선정이라든지 여러 가지 이슈가 있는데 비준을 한다는 소리는 권투 선수가 링에 올라가는데 저 쪽(미국)은 자유롭게 하는데 우리는 손발을 묶는 것과 똑같은 것"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비준을 받으면 국내 법적으로 저희가 반드시 지켜야 되는 법적 효력을 갖는다"며 "예를 들면 우리 조문 중에 5대 5로 (수익을) 배분한다는 내용들이 있는데 (비준을 받지 않아야) 그런 부분들을 앞으로 협상을 하면서 우리가 논의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공개된 투자MOU에는 양국은 한국이 납입한 투자금이 회수될 때까지 50대 50으로 수익을 배분하다 이후에는 미국 90, 한국 10의 비율로 전환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김 장관은 "(비준을 받으면 법적으로 수익 배분을)못 박는 꼴이 되는데 전략적으로 우리의 자충수가 될 것 같은 측면이 있다"며 "재정 부담 등은 특별법을 통해 국회의 동의를 충분히 거칠 것"이라며 전략적 고려를 요청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국회의 비준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회는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에 대해 체결 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는 헌법 조항이 주된 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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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기재위에서 "미국의 일방적 요구에 따라 가는 과정이지만, 재정적 부담을 지는 협정이든 조약이든 국회가 비준을 동의하지 않은 사례가 있는가"라며 "비준을 받지 않은 사례를 찾지 못하겠다"고 지적했다.
다만 5500억달러 규모의 투자MOU를 체결한 일본도 국회 비준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미국 또한 한국과 일본의 MOU 관련해 국회 절차를 거치지 않을 예정이다.
정부는 미국에 현금 투자를 위한 기금 마련을 위해 특별법의 입법 과정을 통해 국회 절차를 거친다는 계획이다. 구 부총리는 "빨리 특별법안을 제출해야만 11월1일자로 관세가 15%로 소급된다"며 "경제 전체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면서 한국의 상황에 맞는 범위로 여러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김 장관도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통상현안보고에서 "재정적 부담 등을 특별법에 충분히 담아 국회의 동의와 이해를 구하겠다는 취지가 있다"며 "또 하나는 한미 간 투자협정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거버넌스라든지 프로젝트 관리라든지 이런 것들이 필요한데 그런 부분들을 국회와 상의를 해 가면서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법에 따라서 하겠다는 그런 의미를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