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원칙'과 '검토' 사이의 경제 컨트롤타워

[기자수첩] '원칙'과 '검토' 사이의 경제 컨트롤타워

세종=최민경 기자
2025.11.28 04:29
(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공정위의 향후 계획을 설명하며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2025.11.23/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공정위의 향후 계획을 설명하며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2025.11.23/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원칙'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강조한 단어다. 대통령실이 금산분리 완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도 주 위원장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결탁을 막는 원칙이 흔들려선 안된다며 "최후의 수단"이라고 못박았다.

현장에서 느낀 분위기는 생경함이었다. 대통령실과 다른 메시지를 낸 부처수장은 보는 일이 드물어진 탓이다.

주 위원장이 금산분리 원칙을 강조한 이유는 뚜렷하다. 산업 지배력 확장과 경제력 집중의 부작용, 사회적 공감대 부족, 정책 졸속 추진의 위험성 때문이다.

메시지는 명확했다. 수십 년간 유지돼 온 제도인 만큼 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금산분리 완화는 수단 중 하나일 뿐 핵심 목표는 '첨단전략산업 투자 활성화'라고 짚었다.

찬반을 떠나 주 위원장의 간담회를 '원칙'으로 요약한다면 비슷한 시기 열린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기자간담회는 '검토'로 정리된다.

구 부총리는 금산분리 완화뿐 아니라 배당소득 분리과세, 상속세, 부동산 세제, 장기투자 세제 등 현안에 대해 모두 열어두고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외환시장 안정 관련 간담회에서도 비슷한 기류가 느껴졌다. 전략적 환헤지, 환전 인센티브, 세제 패널티 등 핵심 질문에 모두 "열려 있다"는 답만 반복됐다.

신중한 접근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정책의 혼선과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은 당연하다. 하나의 방향만 강조하다 다양한 의견을 배제하는 실책을 범해서도 안 된다.

다만 시장의 기대와 궁금증을 '검토'라는 두루뭉술한 말로 넘기는 것은 문제다. 정책 방향의 모호함과 일관성 부족은 결국 정부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진다. 중앙은행·학계 연구들은 공통적으로 포워드 가이던스(향후 정책 방향 제시)의 신뢰도가 떨어지면 정책 신호 효과가 평소의 절반 이하로 감소한다고 본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구 부총리의 화법은 유연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시장에 어떤 신호도 남기지 못한다. 오히려 오독(誤讀) 가능성을 키운다. 이미 시장은 경제 '컨트롤타워'의 '검토'를 불확실성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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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경 기자

안녕하세요. 경제부 최민경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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