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개월 만에 한국은행의 물가관리목표(2%) 수준으로 낮아지며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갔지만 불안 요인도 적지 않다. 당장 설 연휴를 앞두고 2% 물가 상승률과 괴리된 먹거리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고환율에 따른 수입물가 오름세도 부담이다.
정부는 일부 먹거리 품목 강세가 서민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공급 확대와 할인 지원 등 농축수산물 가격 안정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3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농축수산물 물가지수는 128.27(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했다. 지난해 9월(+1.9%)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낮지만, 여전히 전체 물가 상승률(+2.0%)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품목별로 보면 △쌀(+18.3%) △사과(+10.8%) △고등어(+11.7%) △달걀(+6.8%) △조기(+21.0%) 등 설 성수품 물가 상승세가 가파르다.
특히 최근 오름세가 심상찮은 고등어는 지난해 △4월(+11.6%) △5월(+10.3%) △6월(+16.1%) △7월(+12.6%) △8월(+13.6%) △9월(+10.7%) △10월(+11%) △11월(+13.2%) △12월(+11.1%)에 이어 이달까지 10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두자릿수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먹거리 물가 상승세의 주범으로는 고환율이 꼽힌다. 축산물 물가는 지난달 4.1% 올랐는데 수입 쇠고기 가격은 이를 상회하는 7.2% 상승했다. 지난달 수입 쇠고기 물가상승률은 1월 기준 2022년(+24.2%) 이후 최고 수준이다.
수입 원재료를 많이 사용하는 가공식품 물가도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8% 올랐다. 서민들이 많이 찾는 라면(+8.2%)과 빵(+3.3%), 초콜릿(+16.6%) 등의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특히 라면은 2023년 8월(+9.4%) 이후 2년 5개월만에 가장 큰 오름 폭을 보였다.

정부는 먹거리 물가 안정을 위해 범부처 역량을 총동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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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민생 안정대책'에 따라 농수산물 비축 물량을 방출하고 축산물 도축장을 주말에도 운영해 배추·사과·한우·고등어 등 성수품을 평시 대비 50% 확대 공급할 계획이다. 또 지난달 29일부터 910억원을 투입해 성수품을 최대 50% 할인판매하고 있다. 특히 조류 인플루엔자(AI) 등의 영향으로 가격이 높은 달걀의 경우 미국산 신선란 224만개 수입을 완료했고 설 명절 전까지 전체 물량을 시장에 신속히 공급할 예정이다.
아울러 오는 18일까지 행정안전부·지방정부·민간 합동으로 명절 수요를 노린 성수품 바가지요금 등 불공정 행위 집중 단속에 나선다. 가격 미게시, 담합에 의한 가격 책정 등 위반사항 적발 시 관련 법에 따라 엄단할 계획이다.
한국은행은 2월 물가가 전자기기 등 일부 품목의 가격 인상 계획 등 상방요인과 지난해 대비 낮은 유가 사준 등 하방요인이 맞물리며 물가관리목표인 2% 근방의 상승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고 있다.
변수는 역시 환율이다. 고환율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수입 원재료 비중이 높은 가공식품은 물론, 외식비 등 개인서비스 가격으로 환율 부담이 전이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흡수해왔던 원재료 조달 비용과 물류비 부담 등을 견디다 못해 가격 조정에 나설 수도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는 등 대외 불확실성 확대는 더이상 우리 경제에 변수가 아닌 상수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져 국제유가가 오르면 먹거리와 서비스 전반의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은 이날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최근 이란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로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진 만큼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국내 석유류 가격·수급상황을 철저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