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농지 관리 설계도를 다시 그린다. 내년까지 이어지는 농지 전수조사 이후를 대비해 상시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독립기구 신설도 검토 대상에 오르면서 농지 관리 컨트롤타워의 윤곽이 잡힐지 주목된다.
14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한국농어촌공사는 지난 6일 '농지관리체계 개편방향' 연구용역 수행기관으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을 선정했다. 이번 연구는 농식품부가 총괄하는 위탁사업으로 올해 12월까지 진행되며 필요하면 기간을 연장할 예정이다.
연구는 사상 첫 농지 전수조사 이후를 대비한 관리체계 구축에 초점을 맞췄다. 정부는 지난 5월부터 전국 농지를 대상으로 기본조사(5∼7월)를 진행하고 있으며, 다음 달부터는 소유·이용 실태를 확인하는 심층조사(8∼12월)에 들어간다. 전수조사는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된다.
핵심은 농지 취득부터 이용·보전까지 전 과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관리체계를 설계하는 것이다. 기존 관리 주체의 역할 재정립도 주요 과제다. 농식품부와 지방자치단체, 농지은행관리원 간 역할을 조정하고 협력체계를 개선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별도의 농지관리기구 신설 여부도 연구 주제다. 해외 운영 사례를 분석하고 기구 신설과 기존 조직 확대·개편 등 대안별 장단점을 비교한다.
필요할 경우 조직 규모와 기능, 관련 법 개정 사항을 담은 구체적인 조직 모델도 제시한다. 기존 기관의 기능 확대 방안도 함께 살핀다. 기존 농지 관리체계인 농지은행관리원과 농지위원회 등의 기능 보완·확대 방안을 다룬다. 특별사법경찰 권한 부여 필요성도 검토한다.
농지 처분명령의 실효성을 높이고 농지법 개정 필요성을 살피는 한편, 통합 관리체계 구축과 농지보전총량제 도입 방안도 함께 다룬다.
현재 농지 관리는 농림축산식품부와 지방자치단체, 한국농어촌공사가 역할을 나눠 수행한다. 농식품부는 농지 관련 법과 제도, 정책을 총괄하고, 지자체는 농지취득자격증명 발급과 농지대장 관리, 이용실태 조사 등 농지 관리 집행 업무를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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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공사는 농지은행을 통해 규모화·집적화 사업과 청년농 지원을 수행하는 한편, 상시관리조사와 농지 데이터베이스(DB) 구축, 유휴농지 조사 등 농지 관리 업무도 담당한다.
하지만 현행 체계로는 농지 투기와 무단 휴경, 불법 임대차, 불법 전용 등 농지 관리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농지 사후관리가 지방정부에 위임돼 있지만 담당 인력 부족과 잦은 순환보직으로 전문성과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학계에서도 관리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홍상 농정연구센터 이사장은 "전수조사는 부당한 농지 취득을 적발하는 데 의미가 있지만 농지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농지의 보전과 효율적 이용"이라며 "별도 기구를 만들지, 기존 조직을 확대·개편할지는 연구 과정에서 검토하되 해외 사례를 참고해 우리 실정에 맞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농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관리체계 개편 방안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전수조사 결과를 토대로 농지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며 "전수조사와 제도 개선을 병행해 관리체계 개편 방향을 마련하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농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