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초과이익 배분 논의에…경영계 "격차 해소 아닌 산업 잃게 될 것"

기업 초과이익 배분 논의에…경영계 "격차 해소 아닌 산업 잃게 될 것"

김사무엘 기자
2026.07.14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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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진 한국경제학회 회장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AI 기술혁신에 발맞춘 새로운 사회 혁신의 길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2026.07.14. since1999@newsis.com /사진=뉴시스
강성진 한국경제학회 회장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AI 기술혁신에 발맞춘 새로운 사회 혁신의 길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2026.07.14. [email protected] /사진=뉴시스

기업의 초과이익을 사회적으로 재분배하자는 논의에 대해 경영계에서는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인공지능(AI) 대전환으로 인한 사회적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혁신을 위한 투자 유인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점에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본부장은 14일 고용노동부가 주관한 'AI 기술혁신에 발맞춘 새로운 사회 혁신의 길' 토론회에서 "AI 대전환으로 인한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 중요성에는 깊이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방식에 있어 기업 초과이윤을 환수·분배해 격차를 줄이는 구상과 기업 이익 분배를 전제로 한 사회연대임금 구상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김영훈 노동부 장관이 제안한 한국형 사회연대임금의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했다. AI 혁신과 반도체 초호황 등으로 기업이 막대한 이익을 거두면서 이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재배분해야 하는지 논의해 보자는 차원이다.

이 자리에서는 기업의 초과이익에 대해 특별목적세를 부과하는 방안이나 성과급 교섭 대상 확대, 법인세 인상, 초과이익을 이용한 반도체 생태계 기금 조성 등 다양한 제언이 나왔다. AI시대의 도래로 사회와 노동시장 전반에 큰 변화를 초래하는 만큼 이익의 일부를 전환 충격의 완화를 위한 목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경영계에서는 기업의 초과이익을 논하는 것 자체가 기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본다. 초과이익의 정의도 불분명할 뿐더러 경쟁력 확보를 위한 대규모 투자도 제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4년 전 메모리 업황 악화로 국내 기업들은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했다"며 "불황 사이클 속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래 투자를 지속했다"고 강조했다. 현재 반도체 기업이 거두고 있는 막대한 이익은 불황 시기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한 결실이라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글로벌 경쟁기업들이 지금도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고려할 요소다. 중국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CXMT)의 영업이익 대비 연구·개발(R&D) 투자는 삼성전자보다 높은 수준이며 미국 마이크론 역시 대규모 설비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기업 이익의 재분배로 인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반도체 패권을 내준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 본부장은 "1980년대 세계 시장을 제패했던 일본 반도체 기업들은 1990년대 불황기가 오자 설비투자를 축소했다"며 "반면 삼성전자는 적자 상황에도 공격적 투자를 단행하면서 일본을 추월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초과이윤은 위험을 감수한 투자와 혁신의 결과이자 향후 연구개발과 신규채용 등으로 이어질 미래 성장의 재원"이라며 "격차 해소의 재원을 기업의 이윤에서 빼내는 순간 격차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격차를 만들어내는 산업 그 자체를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삼성전자 임금협상에서 촉발된 영업이익 N% 성과급에 대해서도 노사 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이사는 "대법원은 올해 초 선고한 일련의 판결에서 경영성과를 기준으로 지급되는 성과급의 임금성을 일관되게 부정했다"며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은 노사가 단체교섭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 경영판단의 영역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경영계에서는 AI대전환으로 인한 노동시장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선 성과·직무급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과 유연한 근무형태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황 이사는 "AI 인재 유치를 위해선 연공서열이 아닌 성과에 따른 차등 지급과 주식 기반 보상이 필요하다"며 "근로형태에 있어서도 미국의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과 같이 연구·전문인력에 대한 근로시간 규제의 적용 제외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계에서도 AI 시대 새로운 사회계약에 관한 다양한 제언이 나왔다. 윤홍식 인하대 교수는 한국사회에서 AI가 양극화를 심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만의 해법을 만들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AI를 통해 더 적은 사람이 더 많은 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AI의 생산성 향상이 더 많은 사람이 안정적으로 일하고 살아갈 수 있는 생산・분배체제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AI 기술혁신으로 인한 이익을 공급망 전체와 미래세대까지 확산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류성민 경기대 교수는 "AI 전환의 부담은 원청보다 공급망 하단에 더 크게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며 "개별 기업 지원을 넘어 간접고용영향평가 도입, 원청·협력업체 공동 전환훈련 등 공급망 전체로 확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이 초급·반복 업무를 자동화할수록 청년의 초기 진입 일자리가 줄어든다"며 "청년 정책은 채용지원을 넘어 첫 일자리의 구조 자체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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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무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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