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장기화로 부담이 커진 정유업계의 숨통을 틔우기 위해 경유 수출 규제를 풀었지만, 정작 손실보전 문제는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보전 기준과 원가 인정 범위를 둘러싼 정부와 업계의 이견으로 이달 말 예정된 1차 정산도 진통을 겪고 있다.
1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수출분부터 국내 공급 의무와 적정 재고 기준을 충족한 정유사에 한해 경유 수출 물량을 전년 동월 대비 110%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경유 소비가 줄고 원유 도입량이 늘면서 수출 여력이 생긴 것으로 봤다.
업계는 이번 조치를 환영하면서도 휘발유·등유 등 다른 석유제품의 수출 규제도 함께 풀어 달라고 요구한다. 원유를 정제하면 여러 제품이 함께 생산되는 만큼 경유 수출만 늘릴 경우 다른 제품의 재고가 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치가 업계 부담을 덜어주는 데 일부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휘발유 등 다른 석유제품도 같이 풀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수출 부진이 규제 때문만은 아니다. 산업부에 따르면 올해 3~6월 휘발유·경유·등유 수출 물량은 전년 동기보다 21.3% 줄었다. 중동 위기로 원유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정유사 가동률이 낮아진 영향이 컸다. 업계는 7~8월 이후 가동률이 회복되면서 수출 한도가 실질적인 제약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산업부는 다른 제품의 규제 완화도 검토하고 있지만 국내 수급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
정유업계가 더 큰 과제로 꼽는 것은 손실보전 정산이다. 정부는 실제 발생한 비용과 적정 이윤 등을 고려해 보전액을 산정할 방침이다. 반면 업계는 최고가격제가 없었다면 얻었을 수익까지 보전 기준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판매관리비 등 개별 비용을 어디까지 원가로 인정할지를 두고는 세부 쟁점만 100개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석유제품이 함께 생산되는 구조상 내수 판매분의 원가를 따로 산정하기도 쉽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1차 정산 대상 기간(3월13일~6월30일)의 자료 제출 기한은 당초 8월에서 9월로 미뤄졌고 자료 보완도 이어졌다. 정부는 이달 말 정산가격을 확정한 뒤 회계법인 검증과 이의신청·재심의를 거쳐 연내 지급할 계획이다. 7~9월분 2차 정산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산업부는 현재까지 심의 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마련한 재원은 손실보전용 목적예비비 4조2000억원과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한 올해 4분기분 1조4497억원을 합해 약 5조6500억원이다. 업계는 누적 손실을 7조~8조원으로 추산한다. 목적예비비는 연내 집행하지 못하면 불용 처리되는 만큼 1차 정산금의 연내 지급도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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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전 규모를 업계 주장만큼 늘리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정산위원회 일각에서는 수익성이 개선된 정유사에 세금으로 손실을 보전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 신중론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연구원은 최고가격제로 보통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최대 239원 낮아진 것으로 추정했다. 물가 안정 효과는 있었다는 분석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최고가격제가 물가 안정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게 길어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결국 다 예산으로 들어가는 만큼 정부도 출구전략을 놓고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