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의 밤은 여전히 뜨거웠다! 전 국민의 축제 [할리우드 리포트]

오스카의 밤은 여전히 뜨거웠다! 전 국민의 축제 [할리우드 리포트]

LA=조성경(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5.03.04 10:23

동네 극장에 모여 실황중계 즐기며 파티 분위기 만끽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한 극장에서 동네 주민들이 모여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 실황중계를 즐기고 있다. 사진=조성경(칼럼니스트)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한 극장에서 동네 주민들이 모여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 실황중계를 즐기고 있다. 사진=조성경(칼럼니스트)

역시 시상식의 묘미는 이변이다. 기대와 관측들은 빗나가고, 새로운 신데렐라가 탄생했다. 극장에 모여서 시상식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얼굴엔 흥분과 허탈감이 수시로 교차했다. 지난 2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에 전 세계 영화팬들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LA 곳곳에서는 시상식을 관전하는 다양한 이벤트로 분주했다.

◇영화의 도시, 할리우드 매직을 즐기다

전 세계 영화산업의 집결지라 할 수 있는 LA 할리우드 거리는 이날 시상식을 위해 도로가 전면 통제되며 시상식의 규모를 느끼게 했다. 시상식을 앞둔 시기에 드레스 품귀현상과 관련한 소식들이 종종 전해졌지만 별로 와닿지 않았다면, 이날 돌비극장 앞 레드카펫을 직접 확인하고 나면 고개가 끄덕여질 수밖에 없었다. 배우들만이 아니라 시상식에 참석하는 영화 관계자나 기자들까지 모두 드레스와 연회복 차림을 등장했기 때문이다.

축제의 열기는 일반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영화산업 종사자들이 워낙 많이 모여 사는 도시이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삼삼오오 지인의 집에 모여 다같이 아카데미 시상식을 지켜보며 특별한 주말을 만드는 사람들이 LA에는 적지 않았다. 화려하게 차려입고 파티를 여는 집도 있는가 하면, 아파트 단지 내 극장에서 팝콘과 콜라를 나누며 이웃들과 극장 관람하듯 시상식 중계를 지켜보는 전통이 이어지는 곳도 있었다. 사람들은 이날 밤 할리우드 매직을 함께 누린다고 표현했다.

이처럼 오스카를 즐기는 문화는 LA뿐 아니라 미국 전역에 깊숙이 정착해 있는 모습이다. 할리우드 리포트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와 같은 대표적인 연예매체들은 연일 아카데미 시상식과 관련된 기사들을 쏟아내는 것은 물론이고, 아카데미를 즐기는 방법 등을 공유하며 팬들의 기대감을 배가했다. 특히 엔터테인먼트 위클리는 매년 팬들이 수상자를 점치는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후보자 리스트로 만든 투표용지를 온라인으로 제공하고 있다. 또, ABC 방송은 1976년부터 지금껏 아카데미 시상식을 독점 중계하고 있어서 아카데미 충성팬이라면 시상식 중계 채널을 모를 수 없다. 다만 올해는 아카데미 역사상 처음으로 OTT로도 중계되는 시상식이 됐다.

미국 엔터테인먼트 매체 엔터테인먼트 위클리가 독자들에게 나눠준 투표 용지.
미국 엔터테인먼트 매체 엔터테인먼트 위클리가 독자들에게 나눠준 투표 용지.

◇스타는 스타일뿐, 아카데미는 넘사벽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최대 영예는 숀 베이커 감독의 영화 ‘아노라’에 돌아갔다. 독립영화인 ‘아노라’는 최고상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그리고 편집상까지 5개 부문의 트로피를 안았다.

러시아 갑부와 결혼한 뉴욕 스트리퍼의 이야기인 ‘아노라’는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서부터 평단의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미국 내에서는 골든글로브에서만 무위에 그쳤을 뿐,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작품상), 미국감독조합 시상식(감독상), 미국 제작자조합 시상식(작품상)을 휩쓴 뒤 마침내 오스카상까지 석권했다.

‘아노라’의 선전은 ‘오스카 레이스’ 초반만 해도 쉬이 관측되지 않았다. 훌륭하게 잘 만든 독립영화지만, ‘위키드’, ‘듄: 파트2’ 등 거대 자본으로 만든 쟁쟁한 작품들이나 인지도 높은 배우들에게 아무래도 표심이 기울 수 있다고들 보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미국감독조합(DGA, Directors Guild of America)과 미국제작자조합(PGA, Producers Guild of America)의 각 회원은 아카데미 회원과 상당수 겹치기 때문에 충분히 예상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DGA 시상식과 PGA 시상식에서 ‘아노라’에 후한 점수를 준 각 조합 멤버들이 아카데미에서도 비슷하게 투표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우주연상 부문에서 할리우드 톱스타 데미 무어의 생애 첫 오스카상 수상이 점쳐졌는데, 결과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시상식에 앞서 영화 ‘서브스턴스’로 후보에 오른 데미 무어를 향한 대중의 기대감은 상당했다. 영화계 안팎으로 거셌던 데미 무어 버즈를 뚫고 ‘아노라’의 마이키 매이슨에게 트로피의 영광이 돌아갔으니, 올해 아카데미의 최고 이변이 됐다.

마이키 매디슨, 사진출처=AFPBBNews=뉴스1=스타뉴스
마이키 매디슨, 사진출처=AFPBBNews=뉴스1=스타뉴스

올해로 62세인 데미 무어는 지난 2월 골든글로브에서 영화배우로서 생애 첫 여우주연상을 타며 감격스러운 수상 소감을 전해 큰 화제가 됐다. 뒤이어 크리틱스 초이스와 영화배우조합(SAG, Screen Actor Guild) 시상식에서도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여세를 몰아 아카데미까지 수상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그러나 무어를 제치고 수상자로 25세 신예 배우 매이슨이 호명되면서 아카데미의 신데렐라가 됐다.

만일 또 다른 여우주연상 후보였던 ‘에밀리아 페레즈’의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에게 논란이 없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아카데미 최초의 트렌스젠더 배우로 주목받은 그는 과거 SNS에서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한 것이 알려지면서 궁지에 몰렸다. 미국 내 민감한 이슈였던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대해 혐오 발언을 하고, 2021년 배우 윤여정의 오스카 수상에 대해 부적절한 언급을 한 것이 여론을 들끓게 한 것.

결국 민심을 잃은 가스콘에게 아카데미도 선을 긋기로 한 모양인지, 이날 시상식에서는 사회자인 코난 오브라이언이 그를 향한 짓궂은 농담으로 그의 과거 만행을 ‘돌려까기’ 했다. 게다가 수상권에서 멀어진 건 가스콘만이 아니었다. 작품상, 감독상, 여우조연상, 각색상, 국제장편영화상, 촬영상, 편집상, 음악상, 주제가상 등까지 이번 시상식 최다 부문인 총 13개 부문에 올랐던 ‘에밀리아 페레즈’는 여우조연상(조 샐다나)과 주제가상 2관왕에 만족해야 했다.

데미 무어에 대한 기대감이 워낙 컸기 때문에 이변이라는 것이지, 사실 처음부터 스타에게 호락호락한 아카데미는 아니었다. 데미 무어와 나란히 크리틱스 초이스와 SAG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컴플리트 언노운’의 티모시 샬라메는 이번에 아카데미 최연소 남우주연상에 도전했지만, 빈손으로 돌아갔다. 기존 최연소 타이틀을 쥐고 있는 ‘부르탈리스트’의 애드리언 브로디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최연소 타이틀도 방어했다.

전 세계적으로 흥행 돌풍을 일으킨 ‘위키드’의 신시아 에리보와 아리아나 그란데도 여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에 각각 후보로 오르며 대중의 관심을 받았지만, 이날 무대에는 시상식의 포문을 화려하게 열어주는 공연을 펼칠 때만 오를 수 있었다. 블랙핑크 리사의 축하공연도 포함하는 등 축제를 빛내 줄 스타들의 향연은 대중의 눈을 맞추면서 트로피의 주인공은 철저히 영화인의 시선으로 재단한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이었다.

이하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자 명단

#작품상=아노라 #감독상=숀 베이커(아노라) #여우주연상=마이키 매디슨(아노라) #남우주연상=애드리언 브로디(브루탈리스트) #남우조연상=키어런 컬킨(리얼 페인) #여우조연상=조 샐다냐(에밀리아 페레즈) #촬영상=브루탈리스트 #각본상=아노라 #각색상=콘클라베 #국제장편영화상=아임 스틸 히어 #의상상=위키드 #분장상=서브스턴스 #편집상=아노라 #음악상=브루탈리스트 #주제가상=에밀리아 페레즈 #미술상=위키드 #음향상=듄:파트2 #시각효과상=듄:파트2 #장편애니메이션상=플로우 #장편다큐멘터리상=노 아더 랜드 #단편영화상=나는 로봇이 아닙니다 #단편애니메이션상=사이프러스 그늘 아래 #단편다큐멘터리=온리 걸 인 더 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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