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사남' 1600만 동원 직후 '취사병 전설이 되다' 연타석 흥행
"배우로서 아직 초중급…맛보지 못한 연기 아직 많아"
"해병대 수색대 가고파, 이상하게 끌려"

'왕과 사는 남자'로 극장가를 달군 박지훈이 이번에는 '취사병 전설이 되다'로 안방의 오감을 제대로 자극했다. 비운의 왕에서 어리바리한 취사병으로, 눈물의 서사에서 웃음과 성장의 서사로 자리를 옮긴 그는 또 한 번 자신의 얼굴을 새롭게 증명했다.
티빙 오리지널 '취사병 전설이 되다'는 강림소초에 자대 배치를 받은 이등병 강성재가 정체불명의 가디언 시스템과 마주한 뒤 취사병으로 성장해 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박지훈은 극 중 주인공 강성재 역을 맡아 어설프지만 진심 있는 이병의 얼굴, 요리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성장형 인물을 그려냈다.
작품의 기세도 뜨겁다. '취사병 전설이 되다'는 공개 초반부터 티빙 유료가입기여 1위, 동시간대 시청률 1위 등을 기록하며 흥행세를 이어갔다. 박지훈 역시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 이후 다시 한 번 주목받는 중심에 섰다. 그러나 정작 그는 숫자와 반응 앞에서 한 발 물러서 있었다.
"많은 분이 좋아해 주신다는 거에 감사함을 느껴요. 그런데 제 안에 변화는 없어요. 주어진 일을 하는 것뿐이라 감사함을 느끼고는 있지만 더 들뜬다거나 그런 건 없어요. 기분은 좋지만 자세는 비슷한 것 같아요."
쏟아지는 찬사와 '1600만 배우'라는 타이틀 앞에서도 박지훈은 담담했다. 흥행 연타석 홈런을 날린 소감을 묻자 그는 "주어진 일을 한 것뿐"이라며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으스대는 걸 보는 것도 싫어하고 으스대는 제 모습을 보는 건 혐오스러울 정도로 싫거든요. '나 천만 배우야'라며 거들먹거리는 건 상상하기도 싫어요. 수많은 사람이 함께 고생해서 만든 결과니까요. 이런 성향은 가족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어릴 때 아버지가 로또 3등에 당첨되셨는데 으스댈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저 '가족들 갖고 싶은 거 하나씩 사주마' 하고 덤덤하게 넘어가셨거든요(웃음)."

'취사병 전설이 되다'는 의외의 선택처럼 보인 작품이기도 하다. 앞선 작품들에서 어둡고 무거운 얼굴을 보여준 그가 군대와 요리, 퀘스트 시스템이 결합한 코미디 판타지에 뛰어들었기 때문. 하지만 그는 장르 전환을 의식한 선택은 아니었다고 했다.
"'왕과 사는 남자' 촬영 끝나고 바로 '취사병 전설이 되다' 촬영에 들어갔어요. 대본을 보면서 정말 재밌었어요. 박지훈이라는 사람은 요리와 거리가 먼 사람이었고, 내가 요리하는 모습은 어떨지 궁금했어요. 이 작품을 하면서 요리에 대한 취미가 생기지 않을까 했는데 실상은 거리가 더 멀어졌어요. 하나 는 건 칼질은 많이 좋아졌어요."
독자들의 PICK!
요리와 거리가 멀었던 그는 촬영을 앞두고 학원에 다니며 3~4개월간 칼질과 조리의 기본 구조를 익혔다. 요리를 잘하기 위해서라기보다 강성재가 요리를 배우고 성장해 가는 과정에 최소한의 설득력을 부여하기 위한 준비였다.
"촬영 전에 요리학원에 다녔어요. '왕과 사는 남자' 촬영 끝나고 바로 요리학원 다니면서 3~4개월 정도 했어요. 칼질이랑 메커니즘 같은 것들이요. 요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파악했고 칼질 연습을 많이 했어요."

강성재는 퀘스트 창과 상태창을 보며 성장하는 캐릭터다. 눈앞에 보이지 않는 존재와 대화하고, 허공을 바라보며 반응해야 하는 장면이 많았다. 자칫하면 연기가 과해질 수 있는 설정이지만 박지훈은 현장에서 유연하게 장면을 만들어 갔다.
"대본을 보면서 섣불리 뭘 굳혀가면 안 되겠다 싶었어요. 현장에서 부딪히며 만들어 가야겠다는 생각이 강했죠. 시청자분들이 보기에 누군가와 소통하는 것처럼 보여야 하니까요. 눈동자를 굴린다거나 귀여운 표정을 짓는 디테일들을 현장에서 감독님과 시뮬레이션하며 만들었어요. 후반 작업에 CG가 입혀진 걸 보고 다행이다 싶었죠."
망가짐을 불사하는 코믹 연기 앞에서도 이른바 '현타(현실 자각 타임)'는 없었다. 뼈로 연주하는 장면이나, 닭장에서 소리를 지르는 장면 모두 그에겐 즐거운 촬영이었다.
"촬영하면서 '현타'는 전혀 없었어요. 오히려 현장이 빵빵 터져서 정말 재밌었거든요. 윤경호, 이상이 선배님 같은 코믹 베테랑이 뼈대를 튼튼하게 잡아주셨고, 대본에 없던 살들이 현장에서 엄청나게 추가됐어요. 선배님들이 저렇게 열심히 하시는데 나도 더 던져야겠다 싶었죠."

이번 작품은 선배 배우들과의 앙상블이 유독 빛났다. 직속 선임 윤동현 병장을 연기한 이홍내와는 "언제 봐도 친한 형동생 사이"가 됐고, 행보관 박재영 역의 윤경호와는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시너지를 냈다. 특별출연으로 합류해 마지막 촬영까지 함께한 이상이에 대해서는 "대본을 볼 때부터 빠질 수 없는 핵심 인물이라 의아하고 웃겼다. 힘드셨을 텐데 마지막 촬영에 제작발표회까지 함께 해주셔서 그저 감사하다"고 마음을 전했다.
웹툰 원작과 달리 대본에 충실하며 강성재 특유의 순수함과 짠함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 박지훈. 그는 현재 자신의 배우로서의 위치를 '초중급'이라고 냉정하게 평가하며 앞으로 보여주고 싶은 새로운 '맛'에 대한 갈증을 드러냈다.
"지금까지는 맛으로 표현하자면 단맛, 쓴맛 정도만 보여드린 것 같아요. 번외로 매운맛도 분명 있을 텐데 아직 못 해봤거든요. 악역이나 누아르처럼 아직 제가 느껴보지 못한 강렬한 맛들을 꼭 경험해 보고 싶어요."
다가올 국방의 의무에 대해서도 덤덤하게 털어놨다. 내년 입대를 앞둔 그는 오래전부터 꾸준히 언급해 온 해병대 입대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군대 간다면 취사병 보직과는 많이 거리가 멀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작품을 찍으면서 취사병에 대한 소중함은 크게 알았어요. 밥심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해준 현장이었어요. 내년에는 정말 군대에 가야 해요. 제 로망은 취사보다는 강도 높은 훈련을 받는 쪽이거든요. 해병대에 이상하게 끌려요. 해병대 수색대에 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