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불시대의 한국경제를 견인한다"

"3만불시대의 한국경제를 견인한다"

대담=방형국 건설부동산부장 정리=문성일기자, 사진=홍기원 기자
2007.03.05 08:09

[머투초대석]김중겸 현대엔지니어링 사장

"엔지니어링은 미래 국가성장동력의 핵심입니다. 신(新)성장엔진으로서의 엔지니어링이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의 한국경제를 이끄는 주요 기간산업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국내 건설엔지니어링이 세계화를 이루려면 우선 관련 업계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과제다. 이를 위해선 특화된 분야의 능력 배양은 물론, 관련 기술 전문화를 위한 끊임없는 연구개발, 새로운 기술습득과 축적된 경험, 자료의 데이터베이스(DB)화해 활용할 수 있는 체계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국내 엔지니어링 기술 수준은 실시설계나 시공설계는 선진국대비 70% 정도를 유지하며 국제 수준에 도달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계획·타당성분석, 시스템 엔지니어링 부문 등 기초분야 기술수준은 여전히 선진국대비 60% 정도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내업체들의 해외진출은 석유·화학 플랜트 만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만큼 기본설계와 책임기술자 등 핵심부분은 선진국에 의존하고 있을 뿐아니라 대다수 엔지니어링 기업은 국내 수주에 안주, 기술개발 등 시장개방에 따른 대비가 미흡하다는 분석이다.

실제 인천국제공항 건설사업의 경우 기본설계는 미국의 벡텔이 수행했고 여객터미널설계는 역시 미국의 팬트라스가 담당했다. 경부고속철도도 타당성조사는 미국 루이스버저 등 4개 외국사가 맡았고 설계와 감리 등의 핵심기술도 미국와 유럽에서 도입하는 등 외국에 대한 기술력 의존이 컸다.

이는 국내 엔지니어링 기술이 부가가치가 높은 고급 핵심기술의 수출보다는 생산성이 낮은 노동집약형 부분에 집중돼 있어서다. 이런 측면에서 국내 엔지니어링산업은 분명 위기다. 최근 몇 년사이에는 관련 종사자들의 근무환경마저 좋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엔지니어링 김중겸 사장(57)의 고민과 도전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세계적 유력건설전문지인 ENR에 따르면 세계 엔지니어링시장에서 국내기업의 점유율은 고작 0.21%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나마 현대엔지니어링이 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세계 100위권(87위)에 들며 체면유지를 하고 있을 뿐이다.

더구나 국내에선 엔지니어링이 건설의 부속물 정도로 여겨질 뿐, 선도적인 산업으로 육성되고 있는 선진국과는 너무도 많은 인식의 차이와 현실이란 '벽'에 가로막혀 있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의 평가는 이렇다. "엔지니어링은 지식을 기반으로 한 기술집약산업입니다. 선진국의 경우 엔지니어링업체들이 건설사를 전략적 파트너로 선택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선 하청기업 정도로 인식하는 경향이 너무 짙습니다."

이 같은 저평가에 대한 원인은 분명히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무엇보다 관련 제도와 기업들의 노력 부족을 든다. 실제 국내 엔지니어링 관련 제도는 여러 중앙부처에 산재돼 있어 주관부서가 뚜렷치 않고 그만큼 책임질 주체도 없다. 관련 정부 육성자금도 산업분야 가운데 가장 적은 수준이다.

과거 '등록제'에서 '신고제'로 전환되면서 400여개에 불과하던 관련 기업수가 불과 4~5년 만에 2150여개로 급증하는 등 업체 난립도 문제다. 그나마 국내를 대표하는 엔지니어링업체들도 최근들어 건설과 합병했거나 사실상 시공업체로 둔갑하는 등 국제화와는 동떨어진 형태를 보이고 있다.

"우선 기업들의 자구노력이 부족합니다. 많은 업체들이 영세성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과당경쟁으로 인한 저가투찰이 만연돼 있을 뿐, 정작 기술개발은 등완시돼 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와 관련 기업간의 상호 노력 여하에 따라 아직 늦지 않았다고 그는 진단했다. "해외시장 진출 확대를 위해 업체도 특화된 핵심분야 중심의 사업 재구축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개별사업단위 분사, 국내기업간 인수합병(M&A) 등 단계적 접근 전략이 필요합니다. 물론 국내시장의 생산성 제고와 획기적인 기술개발체계, 제도·정책 인프라 구축도 따라줘야 합니다."

김 사장의 현대엔지니어링호(號)도 이미 이 같은 변화와 혁신에 동참하고 있다. 그가 우선 순위에 둔 것은 인재발굴이다. 21세기형 기업의 핵심은 역시 '사람'이란 것이다. 동시에 클라이언트를 중심으로 한 고객의 가치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이의 바탕은 '신뢰' 구축이다.

"2010년 수주 1조원과 매출 6000억원 달성을 통해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혁신의지로 무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현실을 부정하고 과거에만 집착하는 것보다 스스로 희망찬 비전을 제시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에겐 그런 힘이 있다는 겁니다."

김 사장이 구축하려는 또하나의 경영비전은 보다 많은 원천기술의 확보다. 원천기술은 엔지니어링이 건설분야에서 핵심으로 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즉, 얼마나 많은 라이센스를 보유하느냐가 기업과 국가 경쟁력의 척도다.

"엔지니어링은 건설에 비해 컨텐츠가 무궁무진합니다. 온난화 문제를 포함해 지구 전체를 다룰 수 있는 산업도 엔지니어링입니다. 그만큼 국경을 초월하는 분야죠. 앞으로 현대엔지니어링이 나갈 방향도 많은 원천기술을 습득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겁니다."

김 사장은 우선 자원과 플랜트를 결합한 개념의 해외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단순히 시공 위주로 해외시장을 노크하기에는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중국과 인도 등 후발국들의 도전이 거세기 때문이다.

"기후와 환경 등을 다루는 엔지니어링산업은 인류미래를 위해 중요한 분야입니다. 현 상황을 감안할 때 국제적으론 전력과 환경분야도 좋은 시장입니다. 발전설비는 물론, 대기와 물을 재활용하는 응용분야에도 주안점을 두고 추진할 계획입니다."

늘 고민하면서도 1500여명의 임직원들과 순회 토론을 가질 정도로 대화를 즐기고 상대방의 의견을 중시하는 김 사장. 새벽 4시에 일어나 하루 업무를 시작하는 전형적인 아침형 CEO인 그가 31년간 몸담았던 건설을 떠나 엔지니어링이란 핵심분야의 선봉에서 이뤄낼 또다른 신화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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