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초고층빌딩의 그림자

[기자수첩]초고층빌딩의 그림자

전예진 기자
2009.03.19 09:55

"요즘 해운대에 백화점, 초고층 빌딩 세운다꼬 난리 아입니까"

13일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로 들어가는 택시 안. 서울에서 왔다는 말에 기사가 호들갑을 떨며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 3일 문을 연 신세계 백화점 센텀시티점 주변부지는 속살을 드러내고 파헤쳐진 채 건축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열기가 후끈한 가운데 부산에서는 또 다른 WBC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썩였다. 해운대 센텀시티에 건설 중인 108층 규모 초고층 월드비지니스센터(WBC) 솔로몬타워 때문이다. 2015년쯤에는 해운대해수욕장 주변에 117층짜리 해운대관광리조트도 지어진다고 한다.

부산시청 관계자는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법률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초고층 빌딩 건축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초고층 빌딩 건립 바람은 서울이 더하다. 상암DMC 빌딩(640m), 용산 랜드마크 빌딩(620m), 잠실 제2롯데월드(555m) 등 현재 100층이 넘는 초고층 빌딩 건설이 7곳에서 추진 중이다.

이는 초고층에 대한 기대감과 맹신을 낳고 있다. 부산 센텀시티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72~80층의 고층 아파트를 지을 때도 처음에는 안된다고 했지만 결국 분양됐다"며 "앞으로 초고층은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지난 16일에는 서울 강서구 등 공항이 입지한 11개 지방자치단체들이 고층 빌딩을 지을 수 있도록 고도지구를 완화해달라고 나섰다. 공항시설 보호지구로 지정되면서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와 지역발전에 많은 제약을 받았다는 것이다. 강서구는 건축 제한이 57m에 불과해 손실액만 약 53조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랜드마크는 말 그대로 주위경관에서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표지물이다. 그 수가 우후죽순 늘어나면 차별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마천루가 모두 완공되면 사무실과 저층 상업시설이 남아돌아 오히려 지역 경제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빌딩은 하드웨어일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빌딩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입니다." 지난 11일 글로벌서울포럼'에서 참석한 미래학자 대니얼 핑크는 한국의 초고층 빌딩 개발에 이렇게 충고했다. 초고층 빌딩이 껍데기뿐인 허울로 남지 않도록 하는 것이 남겨진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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