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난항에 빠진 쌍용건설 M&A(인수합병)의 활로 마련을 위해 1대1 수의계약 카드를 빼들었지만 자칫 '자충수'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이다. 이랜드그룹 단 1곳만 수의계약에 참여, 여전히 흥행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다 인수자에 대한 자격 미달 논란마저 불거져 화살이 캠코로 향하고 있어서다.
◇흥행실패 여전…무리한 M&A
캠코는 쌍용건설 지분(채권단 주식 포함) 50.07%를 매각하기 위해 지난 5일과 12일 두 차례에 걸쳐 수의계약 공고를 냈다. 현재까지 이랜드만 예비견적서를 제출하는 등 올들어서만 3번이나 실패를 거듭하던 종전 경쟁입찰 방식과 마찬가지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캠코는 최종 마감일인 이달 30일까지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관련업계는 다른 업체들의 참여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건설업황 부진과 더불어 수의계약 방식의 문제점도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캠코는 표면적으로는 1대1 개별 협상인 수의계약 형태를 취했지만 1,2차 입찰 마감 시한을 정해놓고 다시 최종 마감일을 못박아 복수의 인수희망자들이 정해진 시간에 참여해야 하는 사실상 경쟁입찰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랜드가 선점 효과를 누리며 쌍용건설의 실사에 나서고 있어 후발주자들의 참여를 더욱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증권사 M&A 관계자는 "수의계약은 계약 조건이나 일정을 정해놓지 않고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는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자만 쌍용건설의 수의계약 형태는 동일한 조건을 내걸고 경쟁을 벌이는 경쟁입찰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이어서 이랜드에게 스타트를 먼저 뺏긴 셈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런 현상은 유력한 인수후부로 꼽히던 독일계 엔지니어링업체인 M+W도 참여를 주저하게 만들고 있는 요인이란 분석이다. 매각 관계자는 "M+W는 수의계약을 통해 단독 협상을 원했는데 경쟁구도가 형성되자 포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 분위기대로라면 이랜드가 캠코와 단독 협상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이랜드, 쌍용건설 인수후 시너지?…회의론 커
이랜드가 쌍용건설 인수전 출사표로 내세웠던 그룹과 건설업의 시너지 효과도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이랜드그룹의 건설사인 이랜드건설은 지난해 영업손실 66억원, 당기순손실 220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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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에는 19억원의 영업흑자와 12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을 정도로 실적이 신통치 못하다. 지난해 말 부채비율은 253%, 자본금은 478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그룹 지주회사인 이랜드월드 역시 지난해 말 부채비율이 409%에 달한다. 이랜드건설은 주로 그룹의 유통사업 부문의 매장 공사와 리뉴얼, 호텔 등 레저사업 물량을 전담했으나 실적을 보면 이랜드그룹이 쌍용건설 인수 후에도 시너지를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과거 다른 업종이 건설업체를 인수한 사례에서도 실패한 경우가 대다수다. 대한전선-남광토건, LIG그룹-건영(현 LIG건설), 프라임-동아건설, 효성그룹-진흥기업 등은 건설사들이 그룹으로 인수된 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호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한 후 그룹 자체의 뿌리가 흔들려 되판 경우와 웅진그룹이 극동건설 인수후 알짜회사인 웅진코웨이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업의 이해도가 떨어지거나 역량이 부족한 곳이 인수할 경우 대부분 결과가 나빴다"고 지적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인수자를 정할 때 가격이 가장 큰 배점을 차지하지만 자금조달 계획, 피인수 기업의 지속가능성 등 정성적 평가도 고려 대상"이라며 "시간에 쫓기듯 쌍용건설 지분을 매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