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의 전근대식 경영](2) 빚더미 속에서 M&A 드라이브
뉴코아(6253억원) 까르푸(1조7100억원) 동아백화점(2680억원) 엘칸토(200억원) 만다리나 덕(983억원)…
최근 10여년간 이랜드그룹이 인수한 곳들이다. 이랜드그룹 홈페이지에 소개된 활동내역을 보면 이랜드는 1995년 영국 글로버롤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총28건의 투자를 단행했다.
이 기간 투자액은 총 3조4000억원. 인수합병(M&A) 후 재매각, 그리고 해외생산설비 투자와 브랜드 수입계약이 포함됐다는 점을 감안해도 무시하지 못할 규모다.
이랜드의 왕성한 식욕은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연초에는 LA다저스 인수전에 뛰어들었고 최근에는 쌍용건설에도 입질을 하고 있다. 이랜드가 최근 부상하고 있는 중견그룹으로 주목받는 배경이다.
그러나 정작 이랜드를 바라보는 금융권 시각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충분한 체력이 축적되지 않은 상황에서 M&A를 통한 무리한 외형확장이 진행되고 있어 아슬아슬해 보인다는 것이다. 의미있는 재무관리가 있기라도 한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다. 이런 평가는 왜 나올까.
◇M&A 차익이 바꿔놓은 이랜드 성장전략
이랜드가 처음부터 M&A를 통한 성장전략을 추진한 건 아니었다. 80년 이화여대 광생약국 앞 작은 보세 옷 가게 '잉글랜드'에서 출발한 이랜드는 곧 프랜차이즈로 성장했고 83년 브렌따노, 85년 언더우드, 89년 헌트 등 히트 브랜드를 잇따라 내놨다.
수익금을 토대로 94년 서울 당산동에 2001 아울렛을 열어 유통업에 진출했다. 재고의류를 처분할 수 있어 자금회전이 빨라졌고, 유통노하우 체득이라는 부수효과도 있었다.
당시 아울렛 매출은 30억원이 채 안됐으나 이듬해는 매장이 3개로 늘어나며 542억원으로 증가했다. 99년에는 3000억원으로 커졌다. 사업축이 패션과 유통으로 나뉜 게 이 때다.
유통사업의 가능성을 본 박성수 이랜드 회장은 2003년말 뉴코아와 2006년 홈에버(까르푸)를 잇따라 인수했는데 이 과정에서 유동성 위기가 닥쳤다.
이랜드월드(옛 이천일아울렛)의 부채비율은 2001년 122.3%에서 이듬해 188.5%로 늘고 2003년말에는 681%(뉴코아 차입금 제외시 292%)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홈에버 인수자금 부담까지 겹치며 유동성 압박이 커졌다. 2008년 이랜드월드 신용등급이 'BBB-'(나이스신용평가기준)에 머물렀던 이유다.
독자들의 PICK!
벼랑 끝에 몰린 이랜드는 우여곡절 끝에 뉴코아를 신세계그룹에, 홈에버를 삼성테스코에 각각 매각했는데 이 과정에서 2000억원 가량의 차익이 발생했다.
이 결과 박성수 회장과 이랜드가 M&A의 묘미에 빠져들었고 성장전략에 큰 변화가 생겼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2009년까지 연간 2~3건에 불과했던 M&A 등 투자는 2010년 이후에 월평균 1회에 육박할 정도로 급증했다.
◇연결기준 그룹 부채비율 400% 넘어
문제는 잇단 M&A와 무리한 해외사업 확장으로 이랜드 그룹의 자금사정이 다시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뉴코아와 홈에버 매각으로 들어온 자금이 다시 빠져나가면서 차입금도 다시 늘어나 버렸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이랜드 그룹의 24곳 국내 계열사들의 자산총계는 5조2382억원, 유동자산은 1조6251억원이었다. 부채총계와 유동부채(1년내 만기도래하는 부채)는 각각 3조3817억원, 2조3293억원이다. 부채비율은 182% 이지만 총부채중 단기부채 비중이 68%에 달해 유동성 위기에 취약하다. 현금화가 쉬운 유동자산은 유동부채의 70% 수준이다.
해외사업을 반영하면 사정은 더 나쁘다. 그룹 지주회사인 이랜드월드에는 국내뿐 아니라 55개 해외 계열사들의 경영실적과 재무상황이 반영돼 있다. 이랜드월드의 지난해말 연결기준 자산총계와 유동자산은 각각 5조8253억원, 2조3844억원을 기록했다. 부채총계와 유동부채는 4조6804억원, 2조9744억원이었다. 부채비율은 409%로 치솟고 유동자산은 유동부채의 80%수준을 유지한다.
◇ 단기차입의존도 높아...중국법인 홍콩증시 상장으로 활로 모색
금융권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된 건설사들의 부채비율이 200~500% 선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간단한 수준이 아니다. 더욱이 이랜드월드 유동부채중 단기차입금 및 유동성 회사채가 73%에 달해 일종의 돌려막기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랜드 그룹은 계열사가 계열사 자금을 지원하는, 일종의 '순환보증'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한 곳이 무너지면 다른 곳이 같이 연쇄적으로 무너질 그룹재무리스크가 큰 것이다.
재무상태 개선과 관련 이랜드그룹은 중국 자회사(이랜드패션 차이나 홀딩스)를 홍콩증시에 상장하는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내년 상장이 성공하면 국내에 10억달러 가량 자금이 유입돼 연결부채비율이 200%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