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선 잘나가는 이랜드, 다른나라선 '악!'

단독 中선 잘나가는 이랜드, 다른나라선 '악!'

반준환 기자
2012.07.18 06:25

[이랜드의 전근대식 경영](3) 중국에 의존하는 외화내빈 패션사업

박성수 이랜드 그룹 회장은 2020년까지 중국 패션사업에서 10조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내수 패션시장에서도 올해 2조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생각이다. 국내외시장에서 동반성장을 이루겠다는 얘기인데,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출범 30년이 지나면서 초창기 보였던 참신한 디자인이 줄어들고 브랜드 파워도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해말기준 그룹 부채비율이 400%를 넘을 정도로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 이랜드그룹에서 영업은 꼭 지켜야할 생존조건이다. 영업이 위축돼서 돈이 들어오지 않으면 굴러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랜드의 국내외 패션사업 내용을 보면 처한 상황이 간단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중국 성공 불구하고 종합 해외성적은 낙제점

가장 큰 문제는 수천억원의 자금을 투입한 해외 패션사업이다. 이랜드 그룹은 현재 패션사업과 관련해 미국, 동남아, 중국, 유럽에 진출해있다. 중국은 매출액이 1조원을 넘는 등 괄목할 성과를 냈으나 이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사업과 관련해선 후아유홀딩스, EL 인터내셔널, 이랜드USA 등 3곳의 자회사가 있다. 지난해 이랜드월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자산총액 76억원인 후아유홀딩스는 지난해 79억원의 적자를 냈고 EL인터내셔널은 14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등 유럽지역 패션 계열사들을 거느린 유로 이랜드는 352억원 적자를, 동남아 사업을 관할하는 이랜드 아시아홀딩스는 638억원 순손실을 냈다.

중국사업을 맡고 있는 이랜드 패션차이나 홀딩스는 지난해 순익 1400억원을 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나머지 지역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메우기 바쁜 모양새다.

중국시장에서 성장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지켜봐야할 대목이다. 이랜드가 중국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브랜드는 스코필드, 후아유, 헌트, 이랜드, 티니위니, 프리치, 스켓, 로엠, 에블린, 바디팝스, 포인포 등이다. 티니위니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국내에서 밀려난 노후 브랜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스코필드, 이랜드 등 브랜드는 국내에서 오래됐을 뿐, 중국에선 최신 디자인을 도입해 인기를 끄는 걸로 안다"며 "다만 현지 소비자들의 소득이 증가하며 높아진 눈높이를 언제까지 맞출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랜드 관계자는 "해외진출 실적이 좋지 못한 건 사실이나 아직 투자가 이뤄지는 중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중국처럼 다른 지역도 큰 수익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국내에선 브랜드 파워감소

국내에선 이랜드의 패션브랜드 파워가 예전 같지 않다. 이랜드 그룹에서 패션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이랜드월드는 국내에서만 40여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아동복에서는 리틀브렌, 이랜드주니어, 베이비헌트, 오후, 치크, 엘던, 바비 등이 있으며 여성의류는 로엠, 더데이, 투미, 테레지아, 클라비스, 몬티니 등이 있다.

이 밖에 헌트이너웨어, 더데이언더웨어, 에블린 등 내의부문과 로이드, 비아니, 클루, OST 등 잡화가 있고 캐주얼에서는 티니위니, 후아유 등이 있다.

그러나 경기에 무관하게 일정수준의 매출과 수익을 유지할 수 있는 '대표 브랜드'가 없다. 2010년 기준 300억원 이상의 매출액을 올린 브랜드는 중저가 캐주얼인 티니위니와 후아유 등에 불과했다.

브랜드가 약해진 이유는 이랜드가 소수의 대형브랜드를 육성하기보다 다수의 소규모 브랜드를 운영하는 전략을 택했기 때문이다. 리스크 관리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으나, 높은 인지도와 고객 충성도 측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얻기 힘들다.

이런 문제는 실적에도 반영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패션 부문별 매출비중은 아동복 25.9%, 스포츠웨어 21.7%, 여성복 18.7%, 캐주얼 14.4%, 잡화 10.5%, 내의 8.9% 등으로 집계됐다. 메인인 성인패션 부문에서 브랜드력이 밀리고 있다는 얘기다.

◇수입 브랜드 "길만 터주고.."=이랜드는 이런 단점을 해외브랜드 수입으로 보완하고 있으나 역시 간단치 않다. 2006~2008년 이랜드는 해외 스포츠 브랜드인 푸마를 수입해 판매했다. 푸마는 회사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했고 이익 대부분이 여기서 나왔다.

그러나 라이센스 계약이 종료된 2008년 푸마 본사는 한국에 법인을 세우고 직접 진출했다. 이로 인해 이랜드 패션부문이 입은 외형손실은 1000억원에 달했다. 이랜드 입장에선 '토사구팽' 당한 격이었다.

이후 이랜드는 엘레쎄와 버그하우스를 국내에 도입했으나 실적이 신통치 않았다.

'파워 브랜드 부재'와 '수입브랜드 종속화'로 인한 문제인데, 이런 부작용이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다는 게 패션업계의 평가다.

이랜드는 2009년 12월 글로벌스포츠에서 뉴발란스 판권을 인수했다. 지난해 매출액이 2000억원을 넘었고 이익 기여도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랜드는 푸마와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 뉴발란스와 관련해 최대 16년까지 장기계약 옵션을 걸었는데, 최근 이마트가 뉴발란스를 국내에 들여오고 병행수입이 늘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랜드는 이마트를 상대로 법적대응에 나서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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