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진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을 재추진하려던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중심의 사업구조 재편이 무산되면서 민간 출자회사들이 '역제안' 준비에 착수했다.
민간출자회사들은 다음주 사업계획 수정안을 마련, 코레일에 제안한 뒤 거부당할 경우 정부의 공모형 PF(프로젝트파이낸싱)조정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할 방침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자산관리위탁회사(AMC)인 용산역세권개발㈜은 다음주 29개 출자회사와 협의를 통해 사업계획 수정 등의 내용을 담은 용산개발사업 정상화 방안을 마련, 코레일에게 제안할 계획이다.
용산역세권개발 관계자는 "코레일의 정상화 방안을 중요 출자회사들이 받아들이지 못해 무산된 만큼 민간출자회사들과 모여 새로운 사업 수정계획을 마련할 것"이라며 "다음주말 쯤 드림허브 이사회를 열어 코레일에게 협조를 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레일 정상화 방안 거부 배경은?
최대주주인 코레일은 디폴트에 빠진 개발사업을 정상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지난달 25일 기존 주주간 협약을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특별합의서'를 발표했다.
코레일은 특별합의서를 근거로 사업을 전면 수정하기 위해 이달 5일 사업시행사인 '드림허브' 이사회를 열었으나 롯데관광개발과 삼성물산 등 중요 출자회사들의 반대로 안건 처리가 무산된 것이다.
코레일은 지난 4일까지 29개 민간 출자회사들에게 특별합의서에 대한 찬성 여부를 밝힐 것을 요청했고 17개사만 동의서를 제출하는데 그쳤다. 이날 열린 이사회 개최는 사실상 무의미했다는 평가다.
반대 의사를 밝힌 민간 출자회사들은 코레일의 바람과 달리 특별합의서에 담긴 독소조항을 이유로 동의하지 않았다.
이중 △사업 해지권을 코레일이 갖으며 △코레일이 이사회 절반을 차지한 후 모든 사업의 의결사항은 보통결의(과반 이상 동의)로 바꾸는 것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면 건당 30억원의 위약금을 물고 지분을 몰수 △수정된 사업계획안을 마련하기 전 사안에 대해선 상호 손해배상청구소송 포기 △토양오염정화공사를 맡은 삼성물산 컨소시엄이 미지급금인 121억원만 받고 공사를 자체자금으로 재개한다는 조항 등이 문제가 됐다.
◇민간출자사, 역제안 통할까
하지만 민간출자회사들이 새로 마련할 사업 정상화 방안을 코레일이 들어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코레일은 특별합의서를 민간 출자회사에서 거부했기 때문에 토지대금을 반환한 뒤 사업을 청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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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은 디폴트가 난 상태여서 코레일은 오는 6월7일까지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1조1000억원을 무조건 상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코레일은 이달 말까지 사업 파산에 대비해 들어놓은 2400억원 규모의 사업이행보증보험금을 받은 뒤 ABCP를 상환, 사업을 청산할 계획이다.
다만 코레일이 상환기일(6월7일) 이전에 ABCP 원금을 먼저 갚아버리고 사업을 청산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분석도 있다. 당시 ABCP 발행 조건상 디폴트가 발생하면 85일 이후인 6월7일에만 원금 상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용산역세권개발㈜은 민간 출자회사들이 마련할 사업계획 수정안을 코레일에서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정부의 중재를 신청할 방침이다.
국토교통부는 2011년 민·관합동 부동산 개발사업을 정상화하기 위해 '공모형 PF조정위원회'를 설치했다. 조정위원회는 국토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와 민간위원 20인 이내로 구성돼 얽히고설킨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공모형 PF조정위원회에서 정부의 역할은 협상 테이블을 마련해주는 중재자 역할에 그치고 양측이 합의한 사안에 대해서도 강제성을 부여할 수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한 민간출자회사 관계자는 "사업을 바라보는 최대주주와 민간 출자사의 시각차가 워낙 커 협의가 불가능한 상황이므로 불가피하게 공모형 PF조정위원회 신청을 검토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정상화 방안이 무산된 상황에서 정부의 불간섭 원칙에 비춰 볼 때 더 이상의 대안이 없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사업 해제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