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진양상가 일대 통합개발 '백지화'…리모델링, 개별 정비계획 추진

#"세운상가 상권이 완전히 죽어있는 상황에서 몇 년간 팔지도 못했다. 40년 넘은 건물이어서 어떤 식으로든 손은 봐야 한다. 서울시 없이 상인들끼리 하거나 아니면 개별로도 추진할 수 있는 문제다."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M자재상 대표)
#"대형상가보다는 주변 재개발·재건축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다. 상권이 죽어서 땅값도 싼 편이다." (서울 중구 S공인중개사대표)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일대 지역주민과 인근 부동산중개업소들은 세운상가 재개발사업이 전면철거형 통합개발 대신 소규모 분할개발 방식으로 추진된다는 소식에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일단 이번 결정으로 개발행위제한이 풀리면서 재산권행사가 가능해지는 것은 물론 주민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통합개발 대신 개별 재개발·재건축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서울시가 소규모 분할개발을 확정한 25일 오전. 세운상가 일대는 물건을 찾는 손님보다는 점포를 지키고 있는 주인들이 더 많이 눈에 띌 정도였다.
특히 터널식으로 지어진 이 일대 대형상가 특유의 침침하고 습한 분위기에 오래된 건물에서 나는 특유의 쾌쾌한 시멘트 냄새가 풍겼다. 곳곳에 빈 점포들도 보였다. 한층만 올라가도 대부분 점포들이 잠겨있었다. 오랫동안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았다는 걸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대형상가를 중심으로 좌우에 형성된 상가도 상황은 비슷했다. 쓰러질듯 한 건물에 인쇄소와 공업소들이 밀집해 있었다. 사람 2명이 나란히 걷기도 힘든 이른바 '리어카 골목'에 수백여개 상가들이 모여 있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 지역 일대는 1979년 세운상가군 동측 지역에 대한 정비계획이 수립된 이래 30년 넘도록 정비 사업이 시행된 곳이 단 2곳(국도호텔, 남산센트럴 자이)뿐일 정도로 슬럼화가 가속화돼 왔다.
지역주민들은 건물이 워낙 오래되고 낡아 어떤 방식으로든 손을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세운상가에서 40년넘게 공업소를 운영해온 홍모씨(70대)는 "여기는 안전에 위협을 받을 정도로 쓰러지기 직전의 건물이 대부분이다"며 "큰 건물들은 그나마 버텨주고는 있지만 거기도 물이 세는 곳도 많고 손 볼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번 개발 변경안을 살펴보면 대형상가는 그대로 두되 리모델링을 추진토록하고 종묘공원과 인접한 세운4구역을 제외한 나머지 정비구역은 점진적인 개발을 유도하겠다는 게 시의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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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수립된 통합개발은 백지화됐다. 세운상가에서 진양상가에 이르는 대형상가를 모두 헐고 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었다.
이번 결정에 대해 상가 소유주들은 아쉽지만 이렇게라도 정비를 추진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홍씨는 "리모델링이든 재건축이든 정리가 필요하다"며 "차라리 서울시에서 손 떼고 우리끼리 하는 편이 오리혀 속편하고 좋다"고 말했다.
진양상가에서 28년 넘게 꽃가게를 운영해온 이모씨(70대)도 "그동안 재산권도 행사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욕심도 없다"며 "17~33㎡(공급면적)짜리 시세가 3.3㎡당 3000만원 정도지만 실제로는 1500만원도 받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만 소유주들 간에도 입장이 서로 다르고 현재 상권이 죽은 상황에서 투자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실망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상권이 사라지면서 권리금이나 임대료 등 투자 메리트가 없어져 통합개발 추진해 보상금이라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기 때문이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이번 결정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부동산업계에서는 대형상가보다 주변 재개발·재건축이 활발해지면서 상권 회복에 도움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인근 Y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정비구역 내에서도 블록별로 묶어 관광호텔을 짓거나 주상복합을 만드는 사업이 활성화될 것"이라며 "난개발 우려가 있지만 낙후된 건물이 많아 현재로선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운상가에서 진양상가까지 이르는 43만8585㎡ 일대 재정비 사업은 1979년 이후 30년 넘게 주민갈등과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사업 진퇴 결정을 내리지 못했었다. 현재 이곳은 1970년대 이전에 지어진 건축물들이 전체 건물의 72%에 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