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서울시 건축상 대상 수상한 한종률 삼우종합건축 부사장

"노원구 주민들에게서 공원을 뺏고 싶지 않았어요. 미술 감상을 하지 않더라도 예전처럼 산책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노원구 중계동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설계를 준비하던 한종률(57·사진)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부사장의 가장 큰 고민은 '아파트숲에 둘러싸인 공원 부지에 짓는 건축물인 만큼 주민들의 소중한 쉼터를 어떻게 보존하는가'였다.
그는 고민 끝에 부지 전체를 '작은 동산'처럼 꾸미기로 했다. 건축물 위로 녹지와 길을 내 산책할 수 있도록 하고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3층의 옥상정원을 만나는 '공원형 미술관'이다.

내부는 '빛의 조각'을 주제로 했다. 자연광이 건물 내부로 들어와 기하학적 모양을 만들어내는 구상이다. 미술작품을 보고 관객이 찾아올 수 있는 흥밋거리를 제공하는 '능동형 미술관'이다. 서울시는 그를 최종 설계자로 결정하고 지난 10일 제31회 서울시 건축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한 부사장은 국내 3대 건축상으로 꼽히는 서울시 건축상을 10년 전에도 수상했었다. 과거 경성재판소와 대법원이 자리했던 서소문동 서울시립미술관이 그의 첫 수상작이다. 같은 용도로 서울시 건축상 대상(당시 최고상은 금상)을 두 차례 수상한 이는 그가 처음이다.
명동예술극장과 금호아시아나 사옥으로 수상한 본상과 우수상까지 합하면 그의 서울시 건축상 수상기록은 모두 4차례나 된다.

한 부사장이 가장 기억에 남는 건축물로 꼽은 서울시립미술관 설계는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튼튼할 줄로 여겼던 내부 구조가 철근이 노출되는 등 날림공사의 흔적이 여실히 드러났다.
구조 처리를 두고 미술학계와 건축학계의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결국 파사드(전면부)만 살리고 현대식 건축물로 다시 짓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한 부사장은 "관람객은 전면부만 보고 옛 건축물로만 기억하지만 실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건축물"이라며 "서울시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미술관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뿌듯했다"고 밝혔다.
그는 임원회의가 열리는 잠실 본사로 갈 때면 늘 씁쓸함을 느끼곤 한다. 국내 최고층 빌딩으로 건설되는 제2롯데월드의 설계를 외국회사에 빼앗겼다는 생각에서다. 마침 그가 20년전 몸담았던 미국의 유명 건축회사인 KPF가 이 건축물을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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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부사장은 우리나라를 '건축문화 식민지'라고 지적한다. 외국의 건축가만 일류로 꼽고 우리 건축가를 배척하는 풍토가 여전해서다. 이 때문에 외국에 나가있는 우수한 우리 건축가들의 국내 진입을 가로막고 있다고 꼬집었다.
경제성을 강조해온 1980년대의 건축문화가 아직까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것도 우리 건축가의 상상력을 가로막는 요소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한 부사장은 "건축주의 외국 설계회사 선호 관행과 설계자에 모든 책임을 지우는 계약 관행, 비현실적인 설계비 등이 국내 건축설계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며 "창의력과 다양성을 갖춘 건축설계 토양이 만들어지려면 정부와 대기업이 주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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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1979년 서울대 건축학과
1983년 미시간대 건축학 석사
1993년 미국 KPF 근무
2002년 건국대 건축공학과 겸임교수
◆주요수상
2012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 문화역서울284(옛 서울역)
2010 서울시건축상 우수상, 금호아시아나본관
2009 서울시건축상 본상, 명동예술극장, 님프 아시아 어워드, 서초 삼성타운
2008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 웅진 R&D 센터
2006 한국건축가협회상, 서울대학교 미술관
2003 서울시건축상 금상, 서울시립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