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주택을 찾아서]<4-1>서대문구 충정로 3가 250번지

서울 주택의 59%가 아파트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1년말기준 150만 가구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부동산시장이 침체되기 전에는 아파트의 수명을 20년 내외로 보고 재건축에 들어가는 게 일반적이어서 '100년주택'은 수년에 걸쳐 건축한 고택에서나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76살된 아파트가 서울에 현존하고 있다. 서대문구 충정로 3가 250번지에 세워진 '충정아파트'다. 국내 현존 가장 오래된 아파트다. 1937년에 준공됐으니 76살인 셈이다. 1970년대 말부터 재개발 얘기가 있었지만 지금까지 녹색페이트칠을 한 게 전부다. 입주자는 대부분 전·월세 세입자로 알려졌다.
충정아파트는 지하철 5호선 충정로역에서 100m 정도 떨어진 대로변에 위치해 있다. 입지가 좋아 찾으려면 곧 찾지만 무심히 길을 오간다면 수십차례 왔다갔다해도 이곳에 오래된 아파트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기 힘들다. 5층짜리 건물인데 길 건너편에는 큰 나무들에 가려 잘 보이지 않고 아파트 1층에는 편의점, 옷가게 등 상점이 자리하고 있어 상가건물로 착각하기 십상이다.


일단 눈에 들어오면 그동안 어떻게 눈에 띄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독특한 건물이다. 대부분의 콘크리트 건물이 회색빛이지만 이 아파트 외관은 녹색이다. 아파트 안으로 들어서면 낡은 회색빛이 그대로 드러난다. 특히 건물 중앙에 공터가 있는 '중정형(중앙정원형)'이라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아파트 주민들이 하나의 마당을 공유하고 있는 셈이다. 중정에는 거대한 굴뚝이 남아있는데 첫 중앙난방시설을 갖춘 건물로 기록된다.
76년을 버텨온 만큼 충정아파트는 사연도 많다. 일제강점기(1910∼1945)에 지어져 초기에는 건축주의 이름을 따서 '도요타 아파트' 또는 '풍전아파트'로 불렸다. 광복 뒤에는 북한의 군사시설, 미군 숙소와 호텔 등으로 쓰였고 1975년부터 다시 아파트로 돌아왔다.

충정아파트는 1개동이지만 26㎡, 49㎡, 59㎡, 66㎡, 82㎡, 99㎡ 등 6종의 면적이 있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에 따르면 66㎡의 경우 매매 호가는 3억5000만원이다. 전·월세 가격은 보증금 3000만원에 월임대료 50만원 수준이다.
서울시는 도시화로 사라져가는 근현대 문물을 보전하기 위해 '미래유산 보전에 관한 조례'를 제정할 방침이며, 충정아파트를 미래유산 후보로 선정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