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주택을 찾아서]<5-1>전북 전주시 '전주한옥마을'

"전주한옥마을에는 540여채의 한옥이 조성돼 있습니다."
지난해 500만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는 전주한옥마을. 정해진 시간마다 방문객을 대상으로 한옥마을 곳곳을 안내하는 해설사는 "항공에서 볼 때 기와지붕이 540여채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전주시 완산구 교동·풍남동 일대 29만6330㎡에 조성된 전주한옥마을에는 한옥 543채, 비한옥 165채 등 708채에서 995가구가 살고 있다.

500채 넘는 한옥이 있지만 100년 넘는 전통한옥은 없었다. 전주한옥마을에서 대표 한옥으로 내세우는 '학인당'조차 전통한옥이 아니다. 학인당은 1905년부터 2년8개월 동안 백미 8000가마의 공사비와 4280명의 공사인원을 투입해 1908년에 완공했다.
일제강점기(1930~40년대) 이전에 지어졌지만 내부를 살펴보면 유리로 만든 여닫이문, 세면장, 목욕탕, 화장실까지 실내에 갖춰 전통한옥으로 보기 어렵다. 조선말 개화기 최신식 전통한옥으로 소개되는데 실상은 일제의 영향을 많이 받은 근대 한옥이라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한옥건축기술종합센터장을 맡은 남해경 전북대 교수는 "2009~2011년 3년 동안 전주한옥마을의 한옥들을 전수조사했는데 대부분 일제강점기 이후 지어진 근대한옥"이라며 "특히 서양식·일본식 전통식이 섞인 퓨전가옥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한옥이라도 일제시대의 영향을 받아 미닫이 유리창이 많다. 대문도 철문이었다가 시의 지원으로 나무문으로 바꿨는데 일부 주택은 그대로 70~80년대 철문을 사용한다.

전주한옥마을은 일제강점기 이후 전주부성이 훼철되면서 서문 밖에 거주하던 일본인들이 성안으로 들어와 다가동과 중앙동 일대에 자리를 잡자 이에 대한 반발로 형성된 마을이기 때문이다.
한옥마을의 건축양식은 한옥이 341채로 64%를 차지한다. 양식건축은 100채로 19%, 일식이 39채로 7%를 차지하고 절충식이 54채로 10% 수준이다. 일식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의 주택이나 관공서의 사택으로 사용된 건물들이다. 실제로 부채문화관으로 가는 길에는 1927년에 지은 일제시대 경찰서장의 관저가 남아있다.
한옥은 대부분 1940~70년대에 지어졌다. 겉에서 보이는 지붕과 담장은 전주시의 지원으로 한옥마을의 꼴을 갖췄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퓨전한옥이거나 새로 지은 한옥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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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대와 1970년대에 건축된 건물이 각각 105채로 전체의 40%를 차지하고 1950년대에 건축된 건물이 59채, 1960년대 44채, 1930년대 33채, 1920년대 22채 등이다. 2000년대에 건축된 건물도 24채나 된다.

하룻밤 묵은 민박집도 한옥마을에서 60년된 주택으로 비교적 오래됐지만 한옥은 아니었다. 3년 전 시의 지원을 받아 담장과 대문은 한옥처럼 보이지만 내부는 양식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옥마을의 정체성이 문제로 지적된다.
남 교수는 "전주한옥마을은 근대형 한옥인데, 궁궐형 전통한옥도 있고 유럽식도 있다"며 "전주시는 상업성을 가장 걱정하는데 정체성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옥이 상업화되는 것도 문제다. 주거시설을 상업시설로 용도를 변경하기 위해 기존 한옥양식을 변용하거나 새로운 양식으로 신축하는 경우가 많다. 인재 백낙중 선생의 4대 직손이 살고 있는 '학인당'은 전주한옥마을에서 가장 대표적인 숙박시설이 됐다.
'학인당'은 예약하지 않은 방문객에게는 문조차 열어주지 않을 정도로 문턱이 높다. '학인당'은 전주한옥마을 민가 중 유일한 문화재(민속자료8호)로 정부 지원을 받고 있어 일반인에게 공개해야 함에도 숙박고객에게만 문을 열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