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운 '옥탑방' 세입자, 보증금마저 떼일라…"

"힘겨운 '옥탑방' 세입자, 보증금마저 떼일라…"

송학주, 진경진 기자
2014.03.13 06:22

['法' 밖으로 내몰린 세입자들…위험한 '옥탑방']<2>때되면 해주는 '불법' 양성화…더많은 '불법' 활성화 부른다

- 정부, 옥탑방 양성화법 1월부터 시행

- 집주인 도덕적해이·형평성 논란 거세

- "또 구제 해줄텐데…" 위법 급증 우려

 #경기 파주시 교하읍에 거주하는 정모씨(57)는 2011년 살고 있는 단독주택을 4층짜리 다가구주택으로 바꾸면서 옥탑방을 추가로 지었다. 물론 '불법'이란 걸 알고 있었지만 주변 대부분 그렇게 하다보니 큰 죄책감이 없었다. 오히려 옥탑방이 다른 방보다 크고 독립돼 있어 인기가 높았다.

 동네사람들 중엔 불법건축물임이 들통나 이행강제금이 수백만 원 나왔다며 하소연하기도 했지만 정씨는 아직 바꿀 생각이 없다. 월세받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부터 옥탑방을 양성화해준다고 해서 알아보니 돈이 많이 들어 고민 중이다.

 국토교통부가 올 1월17일부터 1년간 '특정건축물 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에 따라 건축법을 위반한 중소규모의 주거용 건축물이 양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에 따른 논란이 적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이 법안의 취지는 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서민보호'가 주된 내용이지만 불법적인 행위를 사후에 승인한다는 점을 두고 '도덕적해이' 논란이 일고 있다. 게다가 건물소유자들이 서민인지 여부와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정책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올해 1년간 불법건축물 '양성화'…현실은 '불법 양성'=12일 국토부에 따르면 건축법령에 적합하지 않게 지어졌거나 대수선(건축물의 기둥, 보, 내력벽 등을 크게 수선·변경하는 것)된 주거용 건축물을 양성화하는 '특정건축물 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일명 '옥탑방양성화법')이 지난 1월 시행돼 신청을 받고 있다.

 적용 대상은 지난해 12월31일 이전에 준공됐으면서 연면적의 50% 이상이 주거용으로 쓰이는 건축물로, 건축허가를 받지 않거나 건축허가 후 위법한 시공을 해 사용승인을 받지 못한 곳이다. 가구당 전용면적이 85㎡ 이하인 다세대주택, 연면적 165㎡ 이하인 단독주택, 연면적 330㎡ 이하인 다가구주택이 해당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전국적으로 3만여가구가 양성화 혜택을 봐 서민주거환경 안정과 재산권 보호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법안이 적용돼 양성화될 것으로 보이는 소규모 무허가 건축물은 전국적으로 △무허가건물 2만4208개동 △미승인건물 3078개동 등 2만7286개동이란 게 국토부 설명이다.

 문제는 무단으로 증축하거나 '방쪼개기' 등 투룸을 원룸 2개로 개조한 건물들이 만연한 가운데 과연 특별법의 실효성이 있겠냐는 지적이다. 특히 이미 과태료를 내는 사람들과의 형평성도 문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걸리지 않아 이행강제금을 내지 않는 상황에서 아무리 합법화해주더라도 어느 누가 자진신고해서 과태료를 내겠냐"며 "검찰에 고발조치돼 벌금을 이미 납부한 건축주는 양성화하려면 큰 돈이 들어가 '때린 데 또 때리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서민' 위한다지만 결국 '집주인' 혜택=더 큰 문제는 서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집주인에게만 혜택을 준다는 점이다. 불법건축물 양성화 조치는 이전에도 수차례 이뤄졌다. 그때마다 취지는 '서민보호'였다.

 이에 대해 한 세무전문가는 "위법건축물의 양성화가 반복해서 이뤄지면 오히려 기대심리가 조장돼 위법건축물이 늘어날 우려가 있다"며 "가뜩이나 국민들 사이엔 '법을 지키면 손해'라는 생각이 팽배한데 불과 1년 전의 불법행위를 눈감아주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게다가 대부분 위법건축물이 건축주의 개인욕심에 의한 고의적 불법시공의 결과일 뿐 세입자의 편의를 도모하거나 어쩔 수 없는 현장여건으로 인한 부득이한 경우는 거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장용석 장대장부동산연구소 대표는 "당장은 불법건축물이더라도 몇 년 지나면 합법건축물이 되는 현실에서 배짱을 부리는 건축주가 늘고 있다"며 "선거 때만 되면 이런 선심성 정책이 나온다"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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