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부부들 천국, 공동주택 '소행주' 살아보니

맞벌이 부부들 천국, 공동주택 '소행주' 살아보니

진경진 기자
2014.04.30 07:05

[피플]한정운 소행주 팀장 "사람 온기 느끼며 어울릴 수 있는 곳"

한정운 소행주 팀장/사진=진경진 기자
한정운 소행주 팀장/사진=진경진 기자

 "층간소음 문제는 우리의 이웃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들인지 서로 모르기 때문에 발생하지만 굳이 이웃을 알려고 하지 않는 우리의 모습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서울 마포구 성미산 마을 초입 작은 카페에서 만난 한정운 '소행주'(소통있어 행복한 주택) 팀장의 말이다. 그는 카페에 들어오는 한 사람 한 사람마다 끊임없이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물었다. 이런 그의 모습은 소행주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행주는 얼핏 보면 여러 가구가 모여 사는 평범한 공동주택이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특이한 점이 있다. 바로 입주민들이 건축 설계부터 참여해 직접 만든 '공용 공간'이다. 이들은 이곳에 모여 밥을 해먹거나 영화를 보고 함께 기타를 배우기도 한다. 마루가 깔린 건물 복도를 맨발로 걸어서 이웃집 문을 두들길 수도 있다. 맞벌이 부부의 걱정도 줄었다. 방과 후 집에 돌아온 아이가 공용 공간에 가면 또래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고 어른들이 있어 안정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편집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던 한 팀장이 소속을 옮긴 것도 이 점 때문이다. 한 팀장은 "어느 날 평소 친분이 있던 소행주 관계자로부터 함께 일을 하자는 제안을 받았는데 소행주 사업 방식이나 평소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흔쾌히 합류했다"고 말했다. 집을 짓지만 기본적으로 커뮤니티를 만드는 조직이라는 생각에서다.

 소행주의 이같은 기본 원칙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서 공감을 얻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3월 소행주를 찾아 "소행주가 서울시 주거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서울시에선 소행주를 모델로 가양동과 만리동에 협동조합형 공공주택을 시범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사진=진경진 기자
사진=진경진 기자

 소행주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사라졌던 이웃간의 소통 회복'이다. 한 팀장은 "소행주는 20~30년 전까지만해도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었던 삶의 모습을 하나의 주택 안에 넣은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아파트 문화는 문을 닫고 집에 들어가면 1년이 지나도 어떤 가족이 옆집에 사는지 모른다"며 "생활패턴이 다르고 공간적으로 폐쇄돼 있어 그렇다지만, 사실 몰라도 충분히 잘 살 수 있기 때문에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소행주의 경우 입주 전부터 함께 살 사람들이 모여 건축 설계를 하고 공동체 교육을 받거나 가족들끼리 MT를 가는 등 접촉이 많기 때문에 서로를 모를 수가 없다는게 한 팀장의 설명이다.

 그는 "소행주는 입주전 준비 단계부터 자주 모이고 입주 후에는 취미 활동을 함께 공유하기 때문에 이웃 간 기본적인 정보는 알고 있다"며 "때문에 서로에게 자신들의 문제를 털어놓는 것도 익숙하다"고 밝혔다. 이어 "예를 들면 오늘 몸이 좋지 않다거나 내일 아이의 시험이 있다든지 지방에서 부모님이 오셨다는 이야기를 서로 편하게 할 수 있다"며 "이런 문제는 층간 소음뿐 아니라 여타 이웃간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보람은 소행주에 입주한 이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볼 때다. 특히 아이들이 자라나는 모습을 볼 때에는 더욱 그렇다. 한 팀장은 "입주 전 준비모임에서 봤던 소극적인 아이가 이사와서 한 달도 안돼 적극적으로 바뀌는 모습을 봤다"며 "그 모습을 봤을땐 '아! 내가 생각 이상으로 괜찮은 일을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어른들도 이전과는 다른 생활 문화에 만족감을 드러낸다. 한 팀장은 "어른들의 경우 스스로가 뭘 좋아했었는지 다시 깨닫게됐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이전에는 일상적인 삶을 살았다면 이 곳에서 취미를 공유하고 여러가지 활동에 참여하면서 다채로운 삶이 열렸다는 이야기를 한다고들 말한다"고 했다.

 다만 소행주를 둘러싸고 일각에서 제기하는 오해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한 팀장은 "소행주는 여느 가정집처럼 개인의 사생활이 철저히 보장되는 주택인데 심하게 말하면 마치 집단 생활을 하는 듯이 오해를 하는 이들이 있다"며 "하지만 소행주는 어울리고 싶고 누군가를 만나고 싶을때 현관문을 열고 나서면 바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사람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그런 곳"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