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오피스텔 관리비 '비리'…법 있으면 뭐하나?

상가·오피스텔 관리비 '비리'…법 있으면 뭐하나?

송학주 기자
2014.05.08 06:11

[아파트 뺨치는 집합건물 '비리']<4>'집합건물법'의 한계…'표준규약' 실효성 '無'

"법이 있으면 뭐합니까. 상가관리단이 자신들이 만든 관리규약도 지키지 않은 채 10여년간 관리비를 빼돌려도 처벌할 수 없는데요. 해당 구청에 민원을 제기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법원에 소송해서 다투라는 정도예요."(서울 종로구 창신동 S상가 입주자모임)

상가·오피스텔 등 집합건물의 불투명한 관리비 운용과 과다한 관리비 등을 둘러싸고 곳곳에서 분쟁이 이어지지만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다. 집합건물은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이 적용되지만 관리비를 산정하거나 관리하는 법적규정이 없어서다.

집합건물법의 적용을 받는 '집합주택'이란 한 채의 건물 안에 각각 독립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구조로 된 주택이 여러 개 모인 것을 뜻한다. 아파트와 도시형생활주택 등 '공동주택'과 비슷한 개념이지만 주거용이 아니어서 주택법이 아니라 집합건물법의 적용을 받는다.

다만 집합건물법상에도 구분소유자 전원을 구성원으로 해 관리단을 설립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다. 게다가 사적자치의 영역이란 이유로 공적인 감독과 개입이 이뤄지지 않다보니 관리비 운용의 불투명성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이를 반영, 2012년 12월 현행법을 개정해 지역별로 '표준규약'을 제정하도록 하는 등 집합건물 관리에 대한 제도가 개선되기는 했으나 사실상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표준관리규약 자체가 법적효력이 없는 '참고용'이기 때문이다.

주택법 제59조 '공동주택관리에 관한 감독' 조항에는 공동주택 단지내 분쟁의 조정이 필요한 경우 해당 지자체장은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사무소장 등에게 업무에 관한 사항을 보고하게 하거나 자료 제출이나 그밖에 필요한 명령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반면 집합건물법에는 이 조항이 빠져 있어 지자체가 관여할 수 없다. 결국 지자체가 집합건물의 관리비 관련 관리감독 권한을 갖도록 법령이 개정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집합건물 관리비와 관련한 분쟁조정 신청이 많이 접수돼 분쟁조정위원회가 조정을 하고는 있지만 해결이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표준규약과 마찬가지로 2012년 '집합건물 분쟁조정위원회' 설치법령이 마련됐지만 실효성이 없는 상황이다. 조정위원회가 입주민으로부터 조정신청을 받아도 관리단이 응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분쟁조정을 강제할 수 없어서다.

실제로 올해 1월까지 서울시 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8건 가운데 5건이 상대방의 불응으로 조정 자체가 무산됐다.

경기도도 지난해 6월 분쟁조정위원회가 만들어져 4건이 접수됐는데 당사자가 불응하거나 요건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모두 불개시 통보가 내려졌다. 전문가들은 법적효력이 없는 '분쟁조정위원회'보다 좀더 강제력을 갖는 중재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영진 고든리얼티파트너스 대표는 "분쟁조정을 당하는 사람이 참석하지 않겠다고 거부의사를 보이면 위원회 상정조차 안되는 게 현실"이라며 "현재 지자체와 정치권이 추진하는 집합건물의 행정개입이나 관리비 공개의무 등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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