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출을 못 받아서 집을 안사는 게 아닌데 정부에선 왜 빚내서 집을 사라는 거죠?"
올 가을 결혼을 앞둔 지인과의 저녁자리에서 받은 질문이다. 결혼후 살 집에 대해 얘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지난 24일 발표된 정부의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 대책에 대한 평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30대 중반인 이 지인은 "아무리 대출을 많이 해줘도 집값이 떨어지면 결국 '하우스푸어'가 되는 건데 누가 집을 사겠냐"며 "지금보다 전셋값이 더 오를까봐 걱정이긴 하지만 결혼하더라도 당장 집 살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박근혜정부 2기 경제팀의 '종합선물세트' 중 가장 눈에 띄는 대책은 대출완화를 통한 부동산시장 살리기다. 대출한도를 늘려 매매심리를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LTV(주택담보대출)를 70%까지, DTI(총부채상환비율)는 6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집값에서 대출금이 차지하는 비율인 LTV는 현재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50%, 지방은 60%로 제한돼 있었다. DTI는 매월 갚아야 하는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서울은 월 소득의 50%, 경기·인천은 60%를 넘지 못하도록 정해져 있다.
대출규제가 완화되면 매수심리가 살아나면서 전반적인 내수경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부동산시장도 살아날 것이란 게 정부 설명이다. 구매력있는 실수요자들의 수요를 끌어내 부동산경기를 띄우겠다는 계산이다.
결국 빚내서 집을 사라는 얘기다. 돈을 더 빌려 줄테니 치솟는 전셋값 걱정하지 말고 아예 집을 사라는 것이다. 부동산시장에 온기를 불어 넣어 전반적인 내수까지 살려보겠다는 것이지만, 정작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정부 의도대로라면 가계부채가 1000조원이 넘는 시점에서 대출을 더 받으라는 얘기다. 적잖은 집주인들은 이미 대출받아 살고 있는 집을 당장 팔아도 빚을 못갚는 상황이다. 매월 나가는 대출이자가 줄지 않고 있다.
정부는 1년전 사전 채무조정(프리워크아웃), 지분매각제도 등 하우스푸어 구제책을 내놓았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대출규제 완화를 통해 또다시 '빚지고 집사라'는 정반대 정책을 펴고 있다. 정부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긴 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