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또 땅이 꺼졌는데 눈치만 볼 것인가

[기자수첩]또 땅이 꺼졌는데 눈치만 볼 것인가

박성대 기자
2015.02.23 15:41

지난해 8월 서울 송파구 잠실 등지에서 폭과 깊이가 2∼3m에 달하는 도로함몰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사회적 불안감을 야기했던 ‘싱크홀 공포’가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설 연휴기간이었던 지난 20일 서울 용산역 맞은편 한강로 한 주상복합건물 신축 공사장 앞 인도에 1.44㎡정도가 3m 깊이로 내려앉아 행인 2명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해서다.

이 사고로 차도뿐 아니라 인도마저도 더이상 ‘안심지대’가 아니라는 불안은 설 연휴 밥상머리의 메뉴가 됐다. 서울시와 용산구는 물론 시공업체조차 도로 밑의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사고를 단순 해프닝으로 넘길 수는 없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 말 주요 도심지 4곳(총연장 61.3㎞)을 조사한 결과 41개의 동공(겉에선 안 보이는 도로 밑의 구멍)이 탐지됐다고 밝혔었다. 이번 사고의 유력한 원인으로 꼽히는 지하수 누수로 인해 '발견하지 못한' 동공을 포함하면 그 수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정밀점검 이후 시공·감리부실 등 시공업체 책임이 확인되면 공사 중지와 함께 책임을 묻겠다’는 사후약방문식 대처로는 싱크홀이 시내 곳곳에 산재해 있을지 모른다는 시민들의 막연한 불안감을 진정시키기엔 역부족이다.

도로함몰이나 지반침하를 예방하기 위해선 근본 대책을 마련, 서둘러 시행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정부와 서울시의 엇박자로 좀처럼 진행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도로함몰이나 지반침하 발생 원인의 85%를 차지하는 노후하수관 보강 예산 지원에 뒷짐만 지고 있다. 지반 탐사에는 선제적으로 나섰던 서울시도 시내 주요 굴착 공사장에 대한 점검에 소홀했다.

낡은 상하수도관을 서둘러 수리하고 지하 지반상태를 감안해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대처 방안은 수차례 언급돼 왔다.

이제는 도로함몰이나 지반침하 등으로 분류되는 싱크홀 문제를 단순히 지자체만의 문제로 치부하는 정부와 사고 발생 이후에나 점검에 나서는 서울시가 더이상 방관하지 말고 예산지원과 대처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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