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세종시에 태권도학원이 존재하는 이유

[기자수첩]세종시에 태권도학원이 존재하는 이유

세종=정현수 기자
2015.03.01 14:58
사

세종시에 위치한 대형상가 중 한 곳인 '해피라움'은 대표적 학원단지다. 인근에 세종국제고가 있는데다, 초·중학교도 몰려 있어 상권 조성 전부터 학원단지로 각광받았다.

해피라움에는 다양한 학원이 존재하지만, 태권도학원 숫자가 상대적으로 많다. 세종시에 유독 '태권소년'이 많기 때문이 아니다. 통학버스와 관련한 현상이다.

지난해 말 전국을 강타했던 유치원 추첨의 과열 양상은 세종시에서도 일어났다. 기존 유치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1차 추첨에선 경쟁률이 평균 4~5대 1을 기록했다. 집에서 가까운 유치원을 보내길 원했던 부모들은 '기도하는 마음'으로 추첨에 나섰다. 하지만 추첨 현장은 환호보다 탄식이 많았다.

탄식을 내뱉었던 부모들이 가장 먼저 알아본 곳 중 하나가 태권도학원이었다. 세종시 유치원은 현재 통학버스를 운행하지 않는다. 1차 추첨에서 떨어진 후 집에서 먼 유치원을 보내야 하는 부모라면 아이들의 통학수단이 걸림돌이었던 것.

운전면허가 없는 엄마들의 고민은 더 컸다. 부모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 곳이 태권도학원이다. 태권도학원들은 버스를 운영하면서 수강생들의 통학을 책임지기로 했다. 유치원 통학 문제 때문에라도 태권도학원에 보내야 하는 처지였다.

통학버스를 둘러싼 웃지 못할 현상은 구조적인 문제에서 출발했다. 세종시에도 아파트를 중심으로 지역별로 고르게 유치원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아파트 입주시기가 제각각이란 점에서 본격 '밀어내기'가 시작됐다. 예를 들어 세종시 아름동 소재 유치원의 경우 이미 인근 주민들의 아이들이 다니고 있다.

결국 아름동 아이들은 아직 입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은 고운동 유치원으로 가야 한다. 고운동에 입주가 이뤄지면 이곳 아이들은 또 다시 다른 지역의 유치원을 찾아야 한다.

정부는 입버릇처럼 세종시를 '명품도시'로 만든다고 호언장담해 왔지만 유치원도 제대로 보내기 힘든 게 현실이다. 세종시에서 삶의 첫 단추를 꿰는 아이들에게 "태권도학원 버스를 타고 유치원을 다녔다"는 기억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정현수 기자

머니투데이 경제부 정현수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