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 2030, 그들이 집에 집착하는 이유 [현장+]

'영끌' 2030, 그들이 집에 집착하는 이유 [현장+]

조한송 기자
2020.07.17 06:56

3~4년 전만 해도 1등 배우자감은 노후가 보장된 공무원 부모를 둔 자녀였다. 지금은 집이 있거나 청약가점이 높은 사람이다. 그만큼 내 집 마련하기가, 청약에 당첨되기가 너무 어려워진 세태를 반영한다.

요즘 30대들의 관심사 1순위는 단연 부동산이다. 너나 할 것 없이 모였다하면 집값 얘기부터 시작한다.

소위 '2030'(20~30대), 특히 30대들은 지난해부터 부동산시장에서 큰손으로 떠올랐다. 군포, 수원, 안양 등 투기(또는 투자) 열풍이 치솟던 지역에서 아파트를 가장 많이 사들인 연령대는 30대다. '줍줍'(분양권을 줍고 또 줍는다) 신드롬을 탄생시킨 것 역시 2030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보는 중장년층의 시선은 냉랭하다. '라떼(나 때)는 방 한칸 얻어서 신접살이를 시작했다', '요즘 애들은 요행만 바란다'며 혀를 찬다.

하지만 이들이 과거보다 이른 나이에 주택 구입에 나서는 것을 단지 투기성 수요로 단정지을순 없다. 2030에게 집값 상승은 '경험된 공포'다.

일례로 2017년 강서구 염창동 30평형대 아파트 전세가는 5억원이었다. 당시 1억원만 더 보태면 집을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전세 계약 연장 시점인 2년 뒤 매매가가 2억원 뛰었다. 누군가는 이 시기에 집을 사서 자산 가치를 높였지만 누군가는 내 집 마련의 꿈이 더 멀어진거다.

몇년전 결혼했던 친구는 결혼하면서 집을 샀고 지금 수억원이 올랐다. 그 친구와 비슷한 돈으로 올해 결혼생활을 시작하는 다른 친구는 집을 사기는 커녕 전세집 구하기도 어렵다. 2030이 눈물을 머금고 있는 돈 없는 돈에 영혼까지 긁어모아 주택 매수에 나서는 이유다.

정부도 2030들의 분노를 알고 있다. 7·10 대책에서 3기신도시 물량을 확대하고 생애최초 특별공급 물량을 늘리기로 한 것은 이들을 달래기 위한 대책이다.

하지만 2030들은 만족스러워 하지 않는다. 이들이 정작 원했던 대출 규제완화 등의 내용은 미비하고 공급하겠다는 주택 역시 선택지가 될 수 없어서다. 1기 신도시가 공급된 30년 전과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외벌이가 대부분이었던 당시는 가장만 장거리 출퇴근을 견디면 신도시도 충분히 살만했다. 하지만 지금은 맞벌이가 대부분이다. 야근이 잦은 2030의 생활 패턴에 육아까지 고려하면 도심에 자리를 잡는 것이 낫다. 상황이 이러니 교통망이 잘 갖춰지지 않은 3기 신도시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2030은 많지 않다.

3기 신도시로도, 역세권 임대주택으로도 2030의 주택 매수 수요를 잠재우기는 어렵다. 계층과 세대를 막론하고 주택 수요는 같은데 인위적인 배분은 오히려 갈등만 불러일으킨다. 2030들의 분노가 장년층 물량을 뺏어 자신들에게 달라는 뜻은 아니다. 그들이 원하는 곳에, 원하는 시기에 아파트를 살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달라는 것이었다. 아직 주변에서 희망이 생겼다는 30대는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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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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