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 공모해도 '답정너?'… "사퇴하세요"

[우보세] 공모해도 '답정너?'… "사퇴하세요"

김희정 기자
2022.10.14 05:20
[편집자주]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전문건설공제조합 지난 12일 서울 전문건설회관에서 제256차 운영위원회를 열고 이사장에 이은재 전 의원을 추천했다.
전문건설공제조합 지난 12일 서울 전문건설회관에서 제256차 운영위원회를 열고 이사장에 이은재 전 의원을 추천했다.

"2선으로 물러나는 정치인에겐 풍요로운 자리죠."(건설업계 관계자)

연봉 3억4200만원(업무추진비 포함)의 전문건설공제조합 이사장 자리를 두고 나오는 말이다. 전문건설공제조합(이하 전문조합)이 창립 34년만에 이사장을 공개 모집했다. 자산 6조원 시대를 맞아 선임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였다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또 '답정너'란 지적이 나온다. 이사장 후보로 이은재 전 의원이 낙점되면서다.

전문조합은 지난 12일 운영위원회를 열고 이 전 의원을 이사장 후보로 단수 추천했다. 업계에선 공모 초기부터 건설·금융과 연관이 없는 정치권 인사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에 줄을 대 내정됐다는 소문이 돌았다.

대학교수 출신의 이 전 의원은 18대와 20대 국회의원을 지냈지만 의정활동보다 막말과 고성으로 더 주목받았다. 지난 2020년에는 윤석열 검찰총장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윤석렬 사수' 혈서로 화제가 됐다. 이름을 잘못 표기한 것은 논외로 하고 혈서 자체도 포비돈 요오드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의원은 "피가 부족해 섞어썼다"고 해명했다.

전문조합은 이사장을 공모하면서 이사장의 자격요건으로 △리더십과 비전제시 △조합업무 관련 지식과 경험 △조직관리와 경영능력 △건전한 윤리의식 △대외업무 추진능력 등 총 5개 항목을 제시했다.

하지만 유대운 현 전문조합 이사장에 이어 조합과 관련된 경험이 없는 정치인이 또 단일 후보가 되면서 공모 취지는 무색해졌다. 선임절차만 복잡해졌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전문조합 이사장은 소규모 건설사들이 조합원이다보니 정치권 출신 인사가 상대하기에 상대적으로 (대기업보다) 수월하고 조합원수도 많아 표를 모으기에 좋다"며 "여러모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자리"라고 했다.

전문조합 측은 11월 1일 총회가 남아있는 만큼 공모 절차가 끝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전문조합 총회에 실제 영향력을 행사해온 전문협회는 회장은 물론 부회장, 주요간부들이 줄줄이 업무집행이 정지돼 구심점이 없다. 지난해 9월 중앙회장 부정선거 의혹 여파다. 법원 관리인이 있지만 지도부의 공백이 크다. 임기 3년인 현 이사장이 연임을 거쳐 5년째 전문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총회에서 이사장 후보 선임이 뒤집어진 전례가 없진 않다. 하지만 업계에선 회의적이다. 익명의 건설업계 관계자는 "전문협회가 집행부도 없이 무주공산인데, 누가 힘을 집결해서 (낙하산 인사의) 대척점에 서겠냐"며 "형식에 치중한 공모"라고 꼬집었다.

'사퇴하세요'. 이 전 의원 하면 떠오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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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 기자

안녕하세요. 스토리팀 김희정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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