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6·3 지방선거는 막을 내렸지만 전국 각지의 신공항 논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선거 과정에서 쏟아진 공항 관련 공약들은 더 이상 유세장의 구호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제 현실의 과제가 됐다.
이번 지선에서는 제주 제2공항, 경기국제공항, 광주공항 국제선 부활, 서산공항 조기 개항 등이 새롭게 거론했다. 정치권이 거듭 공항 관련 공약을 내놓는 건 그만큼 공항 공약이 지역 발전의 상징으로 활용하기 쉽기 때문이다. 하늘길이 열리면 기업과 관광객이 몰려오고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은 지방의 소외감을 파고든다.
그러나 활주로가 놓인다고 해서 모든 게 저절로 따라오지는 않는다. 공항의 성공 여부는 건설 자체보다 이용객과 항공 수요, 배후 산업의 경쟁력에 달려 있다. 공항 건설이 지역 발전의 필요조건일 수는 있어도 충분조건은 아니다.
실제 양양국제공항 등 이미 전국 지방 공항의 70%가 만성 적자에 허덕이며 '유령 공항'으로 전락했다. 엄밀한 타당성 검증을 거치지 않은 채 선거용으로 던져진 '정치 공항'은 결국 막대한 재정 부담을 남길 뿐이다. 표심을 자극했던 화려한 조감도는 선거가 끝난 뒤 지방자치단체와 국민에게 값비싼 청구서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생산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토목 사업에 자본을 집중시키는 것은 국가 전체 차원에서 불필요한 기회비용을 발생시키는 일이 될 수 있다. 기술 혁신과 인재 양성에 쓰여야 할 재원이 지역 정치인들의 치적 사업으로 흘러들어갈 경우 국가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과거 김제국제공항 사례처럼 사업이 백지화되더라도 누구 한 명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는 여전하다.
지금 글로벌 시장은 주요국들이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며 반도체를 비롯한 핵심 기술 주권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급변하는 공급망 재편과 기술 통제에 대응하기에도 바쁜 상황에서 과거 방식의 대형 토목 사업에 자원을 묶어두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첨단 산업의 초격차를 잃는다면 새로 닦은 활주로를 채울 혁신 기업과 고부가가치 물류 수요 역시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물론 지방 균형 발전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다. 그러나 그 해법이 새로운 공항일 필요는 없다. 산업 기반과 일자리, 교육·의료 인프라를 강화하는 것이 지역 경쟁력을 높이는 보다 근본적인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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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을 뒤엎는 대규모 토목 공사로 경제 성장을 견인하던 시대는 끝났다. 한정된 재원을 AI(인공지능)와 반도체, 에너지 전환 같은 미래 성장동력에 우선 배분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진정한 지방 균형 발전은 콘크리트 타설량이 아니라 지역 경제의 경쟁력으로 결정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