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3 대책]

정부가 수도권 주택 공급을 앞당기기 위해 공공택지와 정비사업의 규제를 풀고 금융 지원을 확대하면서 공급 정책의 무게중심을 '물량 확보'에서 '실행 속도'로 옮겼다. 새로운 공급 목표를 내놓는 데 그치지 않고 이미 확보한 택지와 정비사업의 착공을 앞당기고 실제 사업을 막아온 규제와 자금조달 문제까지 함께 손질한 것이 이번 대책의 핵심이다.
정부가 '속도'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수도권에서 새로운 대규모 택지를 계속 확보하는 것만으로 공급 부족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3기 신도시와 신규 택지, 유휴부지, 정비사업 등 상당한 공급계획이 쌓여 있는 만큼 또 다른 공급 숫자를 제시하기보다 계획된 물량을 실제 주택으로 얼마나 빨리 전환하느냐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후보지 발표부터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을 평균 68개월에서 37개월로 줄이고 3기 신도시 등 기존 공공택지 8만9000가구의 착공도 1~2년 앞당기기로 했다. 재개발 조합설립 동의율을 75%에서 70%로 낮추는 등 정비사업 절차도 단축한다. 단순히 공급계획을 앞당기는 데 그치지 않고 사업 단계마다 시간을 잡아먹었던 병목을 함께 풀겠다는 것이다.

금융 지원 확대도 같은 맥락이다. 정비사업 이주비의 담보가치를 산정할 때 기존 주택과 재개발·재건축 이후 받게 될 새 주택의 예상가치 중 높은 금액을 적용하고 이주비·중도금·잔금대출은 가계대출 총량관리에서 별도로 관리한다. PF(프로젝트파이낸싱) 보증과 금리 지원도 확대한다. 사업성이 있어도 공사비와 금융비용 상승으로 멈춰선 사업장에 자금을 공급해 '계획된 주택'을 실제 착공으로 전환하겠다는 취지다.
이런 점에서 이번 대책은 기존 공급대책보다 실행 단계에 한발 더 들어갔다는 의미가 있다. 공급 부족의 원인을 단순히 택지나 인허가 규제에서 찾는 데 그치지 않고 정비사업 절차와 PF, 이주비 등 실제 현장에서 착공을 지연시켜 온 문제까지 건드렸기 때문이다. 새로운 공급대책이라기보다 기존에 확보한 공급계획의 실행력을 높이는 '속도전'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이 속도전의 효과가 당장 나타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번 대책의 상당수 물량은 2030년까지 '입주'가 아닌 '착공'하는 것이 목표다. 착공 이후 실제 입주까지 다시 수년이 걸리는 만큼 당장 부족한 입주 물량을 채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 공급 부족을 인정하고 착공을 앞당기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했지만 현재의 공급 공백을 메우는 문제는 여전히 남은 셈이다.
정부가 제시한 시간표를 실제로 지킬 수 있을지도 변수다. 공공택지는 보상과 광역교통대책, 관계기관·지방정부 협의 등을 거쳐야 한다. 이날 공개하지 않은 신규 택지 7만3000가구도 지방정부와 협의는 마쳤지만 관계기관 협의 등 행정절차가 남아 있다. 정비사업 역시 주민 갈등과 공사비, 분담금, 금융비용 등 사업 속도를 늦출 변수가 적지 않다. 어느 한 단계가 지연되면 착공은 물론 입주 시점까지 함께 밀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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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입주 물량이 본격적으로 늘어날 때까지의 공백을 어떻게 메우느냐가 이번 대책의 또 다른 과제다. 사업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다세대·다가구 등 비아파트 공급을 늘려 전월세 물량을 보완하는 한편 기존 민간 공급이 회복될 수 있도록 사업 여건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결국 이번 대책은 공급 부족에 대응해 정부가 '얼마나 많이 계획하느냐'에서 '얼마나 빨리 짓느냐'로 정책의 초점을 옮겼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다만 공급은 발표가 아니라 입주로 완성된다. 공공택지 착공 기간을 68개월에서 37개월로 줄이겠다는 목표가 실제 현장에서 구현되고 그 사이의 공급 공백까지 메울 수 있느냐가 '23만가구+α' 대책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