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외국계 은행의 비밀주의

[기자수첩]외국계 은행의 비밀주의

권화순 기자
2009.06.11 08:55

외국계 은행을 출입하면 '민원성' 전화를 종종 받는다. 한번은 SC제일은행의 5년차 은행원이 "월급명세서를 보여주겠다"며 연락해왔다. 친구 사이라도 월급 내역을 공개하는 건 쉽지 않은 일.

그가 '파격적인' 제안을 하게 만든 것은 'SC제일은행 직원 월급이 1100만원'이란 제목의 보도였다. 금감원 분기보고서를 참고로 작성된 이 기사에 네티즌의 비판도 거셌다.

정작 명세서로 확인한 그의 월급은 340만원, 그것도 1년에 한번 주는 연월차 보상금이 포함된 액수였다. 그는 "다른 은행에 다니는 친구보다 80만~90만원 정도 적다"고 하소연했다. 지점을 찾은 고객들이 "월급도 많이 받으면서 수수료는 왜 그리 높으냐"고 핀잔을 줄 때마다 억울하다고 했다.

은행 측은 별다른 대응을 안했다. 수치상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직원마다 편차가 컸다. 영업점 직원들은 은행권 평균 이하지만 본점 직원은 수억원의 인센티브를 챙겼다는 소문이 돌았다. 올 1분기 SC제일은행은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올렸다.

은행 측은 이 역시 쉬쉬했다. 외국계 은행 특성상 달러가 많아 외환파생부문 이익이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1분기 원/달러 환율이 요동을 친 덕을 봤다. 이익을 많이 냈는데 중소기업 지원은 외면한다는 비판을 듣기 십상인 터다. 이익 비결이나 충당금 규모를 묻는 기자의 질문엔 함구하기 일쑤다.

답답한 건 고객들도 마찬가지다. 한번은 HSBC은행의 고객이 전화를 해왔다. 대출을 받기로 했는데 소식이 전혀 없다는 게 요지였다. 지점 방문 없이 대출상담사를 통해 신청했는데 며칠째 연락두절이었다. 개인정보가 담긴 서류까지 모두 제출한 상태였다.

그를 화나게 만든 건 은행의 태도였다. 본점에 전화를 해도 콜센터 직원이 "기다려달라"는 말만 반복한 때문이다. 대출상담사의 연락처나 소속 부서에 대해선 함구했다. 그는 "외국계 은행이 좋은 줄 알았는데 당하고 보니 '얼굴 없는 은행'이었다"고 꼬집었다.

외국계 은행의 대출상담사가 고객정보를 빼돌린 사건은 예고된 일이었다. 이때도 은행 측은 "확인해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오죽하면 '비밀주의'에 대해 은행 내부에서도 "한국 기업정보는 다 빼가면서 은행은 정보공개를 극도로 꺼린다"는 비판이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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