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중반 팔았던 고금리 연금보험으로 '골머리'
1990년대 중반, 선풍적 인기를 끌며 팔렸던 개인연금 등 고금리 연금보험 때문에 대형 보험사들이 속앓이 하고 있다.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역마진'이 발생하며 경영에 압박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탓이다.
특히 고정금리에다 종신형이란 연금 보험의 특성상 '역마진'을 짊어지고 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향후 보험사의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생명보험사가 연7.5% 이상 고금리 상품의 역마진 때문에 쌓아놓은 준비금이 88조6416억 원에 달했다. 이는 생보사 전체 준비금(235조1001억 원)의 37.7%에 해당하는 규모다.
준비금은 생명보험사가 계약자들에게 지고 있는 부채의 합을 말하는데 고금리 상품 중에서도 금리 7.5~8.0% 상품의 준비금이 72조2876억 원(30.7%)으로 가장 많았다. 8.5~9.0% 상품 준비금도 13조6508억원(5.8%)이나 됐다. 10% 이상 상품의 준비금도 7935억 원(0.3%)이었다.

이들 상품의 대부분은 개인 연금보험. 이전에도 연금보험 상품이 있었지만, 삼성 대한 교보생명 등 3개 대형사들은 1993~1994년 7.5~8.5%의 고금리 보장에다 추가로 배당금까지 주겠다며 영업에 열을 올렸다. 시중금리와의 차이가 발생하면 그 만큼 배당금으로 채워주겠다며 고객을 끌어 모았던 것.
암 보험 같은 경우 기껏해야 월 보험료가 몇 만원 인데 반해 연금보험은 월 10만 원이 넘어가는 고액 상품이다. 당시 연금보험 계약을 한 건하면 보험설계사들에게는 상당액의 수당이 지급됐다. 여유가 있는 고객들은 보험료를 많이 내고 만기 10년짜리 계약을 주로 했고, 상당수는 만기 15~20년짜리 보험에 가입했다.
그런데 이후 금리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배당금은 차치하더라도 저금리 시대에 자산운용을 잘 해봤자 수익률 5%대로는 약속한 고금리를 맞추기도 버겁다. 보험사 입장에선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으로 역마진 상품을 안고 가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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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사 관계자는 "역마진 고금리 상품은 생보사들의 아킬레스건"이라며 "다른 영업을 잘해 문제를 희석시킬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곧 기업가치 훼손으로 이어진다. 실제 과거 생보사를 외국계에 매각하는 과정에 이 문제가 불거져 매각이 성사되지 않았다. 인수자들이 정부에 문제의 계약을 해결해줘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날 주식시장에 상장한대한생명(4,510원 ▲40 +0.89%)도 고금리 상품 비중이 작았다면 훨씬 높은 공모가격을 받았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노후보장을 위해 연금보험에 가입했던 고객들의 민원도 증가하고 있다. 연금지급 시점이 다가와 연금 예상액을 뽑았더니 금액이 크게 준 탓이다. 가입 당시 9~10% 대였던 금리는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배당금을 줄 수 있는 금리차이가 없으니 배당금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3개 대형 생보사들이 성장을 계속하고 있어 고금리 상품 역마진 손실을 상쇄하고도 이익을 내고 있다"며 "이를 빨리 희석시켜 자산운용수익률 이하로 부채 부담금률을 낮춰가지 않으면 성장세가 둔화될 때 수익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