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7년 여름 70세의 할머니 A씨는 자주 찾던 농협중앙회의 한 지점에 들렀다. 정기적으로 부을 상품이나 하나 소개받을 요량이었다.
창구 직원은 펀드 상품을 권했다. 펀드 이름은 길고 어려웠다. 나중에 알고 보니 현대중공업 보통주와 대우증권 보통주의 주가에 연계돼 수익이 결정되는 장외파생상품에 투자해 조기 고수익을 추구하는 주가연계지수펀드(ELF)였다.
A씨는 본인 명의로 2억원짜리 펀드에 가입했다. 그리곤 남편 이름으로 같은 펀드를 또 들었다. 남편 주민등록증을 제시하는 것으로 실명 확인 절차는 끝났다. 2년여가 지난 즈음, 펀드는 반토막이 났다.
A씨와 배우자는 민원을 제기했다. 가입 절차에 중차대한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금융감독당국의 판단은 '금융실명제법 위반'. 담당 직원에겐 징계 조치가 내려졌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농협중앙회 지점 직원 한 명과 출장소 직원 한 명에게 견책 조치가 내려졌다. '금융실명제법 위반'이 제재 사유였다. 이번 징계는 검사권을 가진 민원조사팀이 발족된 지난해 11월 이후 행해진 첫 조치다.
출장소 직원의 행위도 위 사례와 유사했다. 배우자가 제시한 주민등록증만으로 본인 확인을 대체한 것.
현행법에 따르면 대리인인 가족(배우자)을 통해 금융거래를 할 때는 가족관계 확인서류(주민등록등본 등)와 대리인의 실명확인 인증표를 제시받아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농협 일선 창구에선 이를 무시한 행위가 적잖았다. 비슷한 사례로 민원 처리가 진행 중인 것도 서너 건이 된다.
민원의 출발은 '펀드 손실'이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금융실명제법 위반'이란 위법 행위가 적잖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당국은 특히 이같은 사례가 특정 금융회사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농협이 주요 고객인 농촌의 고령층을 대상으로 과도한 펀드 판매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실명제는 금융 거래의 근간"이라며 "특정 회사에서 비슷한 위반 행위가 몇 차례 있다는 것은 내부 규율이나 통제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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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은 이에 따라 농협 자체적으로 관련 내용을 감사토록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