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층 철통봉쇄 속 마라톤 이사회..노조도 봉쇄당해
라응찬 회장, 신상훈 사장, 이백순 행장 등신한지주(102,500원 ▼3,500 -3.3%)'경영진 3인방'의 운명을 가를 긴급 이사회가 열린 신한은행 태평로 본점은 14일 아침부터 하루 종일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라 회장은 평소보다 1시간가량 늦은 오전 9시쯤 정문을 통해 출근했다. 라 회장이 승용차에서 내리자 여기저기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아래 위 검정색 정장에 노란 서류 봉투를 들고 있던 라 회장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연신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입을 굳게 닫았지만, 이사회 개최 여부를 묻는 질문엔 "하겠다고 했으니 하겠지요. 나중에 설명하겠다"며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이 행장은 지하주차장에서 곧바로 행장실로 출근해 취재진을 따돌렸다. 신 사장은 외부에서 변호인단 등과 대책을 논의한 뒤 오후 2시 이사회가 열리기 직전 정문을 거치지 않고 회의장으로 직행했다.
◇···출근길에 만난 은행 임직원들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일부 직원들은 본점 옆 흡연공간에서 삼삼오오 모여 이사회와 이번 사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심각한 표정의 직원들도 있었다. 본점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어떻게 결론이 나든 모두에게 상처를 남길 수밖에 없다"며 "허탈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신한은행 본점에는 이번 사태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듯 100여 명의 국내외 취재진이 몰렸지만, 은행 측은 물 샐 틈 없는 보안과 경비를 자랑했다.
이날 오전부터 이사회가 열리는 16층으로의 진입은 전면 봉쇄됐다. 16층 엘리베이터 버튼은 아예 눌러지지 않았고, 기자들은 물론 직원들의 계단 출입까지 막았다. 외부로 통하는 비상구마다 청원 경찰들이 지키고 있어 이사회 관계자가 아닌 이들의 진입은 불가능했다.
라 회장이 외부 점심 뒤 미리 설치된 포토라인 뒤쪽으로 우회해 엘리베이터를 타는 걸 본 취재진과 이를 막아서려는 보안 요원들 간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17층에 있는 노동조합 사무실도 한 때 혼란스러웠다. 노조는 이날 본점 1층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사측이 인사부 직원과 보안 요원들을 동원, 사무실을 둘러싼 탓에 움직일 수 없자 격렬한 몸싸움과 함께 고성이 오갔다. 보안 요원들은 노조가 피켓 시위를 포기하겠다고 밝힌 오후 2시 쯤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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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환 노조위원장은 "원래 계획은 사외이사들이 전부 입장을 하면 시위를 종료할 예정이었지만 사측에서 이를 사전에 감지하고 17층에 있는 노조사무실 통로와 엘리베이터를 전부 봉쇄했다"며 "오늘 이사회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지만 논란이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사회 결과 브리핑이 예정된 신한은행 태평로 본점 20층 강당은 100여 개가 넘는 좌석이 꽉 찰 정도로 기자들이 열띤 취재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은행 설립 후 이렇게 많은 취재진이 몰린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신한지주 역시 은행은 물론 카드, 증권, 보험 등 계열사 홍보팀 직원들을 총 출동시켰다. 각 계열사 홍보팀의 최소 인원만 남기고 모두 이사회가 열리는 은행 본점에 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