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신한지주 저력을 되찾는 길

[기자수첩]신한지주 저력을 되찾는 길

신수영 기자
2010.10.28 17:53

#외환위기(IMF) 이전의 얘기다. 당시는 예금보다 대출 수요가 많아 대부분 은행에서 리베이트 관행이 성행했다. 은행 지점장은 절대 갑(甲)이었다. 신한은행은 달랐다. 리베이트를 받지 않고 대출의 투명성을 지켰다. 1997년과 2008년 2차례의 위기에도 흔들림이 없었던 비결이었다.

#지난 8월 미소금융 지부 개점식에 참석한 라 회장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다른 은행과 달리 키코나 프로젝트파이낸스(PF) 부실대출의 함정을 피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다. 라 회장은 "나는 그런 것을 잘 모르고 실무자들이 잘했다"고 답했다. 이어지는 설명은 이랬다. "현장에 있는 사람과 경영진의 생각이 다를 수 있는데 서로 솔직히 얘기하고 리스크를 따져 물러서지 않았다. 위에서 간부들을 명령으로 누를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나중에 안 하길 잘했다고 생각하게 된 게 대부분 그런 것들이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 오래 출입한 기자들은 '신한지주의 저력이 바로 이것'이라며 감탄했다.

#'파벌 없고 비리 없는 깨끗한 은행'이라던 신한지주가 흔들리고 있다. 라응찬 회장을 비롯한 소위 빅 3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다. 신한사태를 일으킨 이 행장은 이에 대해 "부도덕한 행위를 뿌리 뽑고자 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가실 줄 모른다. '1번(라응찬)과 3번(이백순)이 손을 잡고 2번(신상훈)을 제거하려 했다'는 의혹이 파다하다.

#이번 사태의 전환점이 될 이사회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초미의 관심사는 라 회장의 사퇴여부, 그리고 '포스트 라응찬' 체제가 어떻게 꾸려질 지에 대한 관심이다. 현재로서는 라 회장이 '대표이사 회장'만을 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등기이사직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얘기다.

이 경우, 라 회장은 다음 주주총회까지 상근이사로서 의결권을 갖고 활동할 수 있다. 차기 후계구도에 이사로서의 권한을 갖고 관여할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일각에선 이 때문에 신한사태 2회전이 펼쳐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이사회와 경영진이 그렇지 않음을 보여주며 풀어야 할 숙제인 셈이다.

#28일 신한지주는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최근의 사태에도 불구, 실적만큼은 흔들림이 없었다. 3분기 순이익이 시장 컨센서스를 훌쩍 뛰어넘으며 누적 순이익(2조196억원)은 전년 동기보다 무려 92.5% 늘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신한지주의 시스템이 훌륭히 갖춰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28년 전 저축은행 수준으로 시작한 신한은행이 이렇게 클 수 있었던 데에는 경영진과, 그들을 믿고 열심히 뛰어온 직원들-신한의 저력으로 표현되는-이 있어서다. 신한사태는 막바지에 이르렀다. 라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과 이사회가 지금까지의 상처를 딛고 현명한 수습책을 내놓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