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응찬 '자진사퇴', 류시열 등 후계 논의 급물살

라응찬 '자진사퇴', 류시열 등 후계 논의 급물살

김익태 기자, 신수영, 정진우
2010.10.27 18:08

(종합)27일 계열사 사장 모임에서 사퇴의사 밝혀, 30일 이사회서 공식화 전망

라응찬 신한금융그룹(신한지주(96,700원 ▲5,300 +5.8%)) 회장이 사퇴 결심을 굳혔고, 오는 30일 이사회에서 이를 공식화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직무대행 선임 등 경영 공백상태 해소 방안과 함께 '포스트 라응찬' 체제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신한지주 핵심 관계자는 27일 "라 회장이 계열사 사장들과의 만나 '올해 초 주변의 권유를 뿌리치지 못하고 연임한 것이 잘못인 것 같다. 새로운 체제가 들어서면 그 밑에서도 (사장들이) 열심히 일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 모임은 매주 수요일 오전 열리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미팅이었다. 라 회장의 해외 출장으로 한동안 열리지 않았는데, 이백순 신한은행장을 비롯해 카드, 금융투자, 생명, 캐피탈 등 6개 계열사 사장이 참석했다. 8시 모임이 끝난 뒤 라 회장은 평소와 달리 사장들을 한명씩 불러 면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라 회장은 또 사장단 모임 직 후인 10시 자신이 연락을 취해 신상훈 사장과 이 행장을 집무실에서 만났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밖으로 분열된 모습을 보이지 말 것과, 조직안정에 힘써 달라'는 당부의 말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3자 퇴진에 대한 의견 교환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라 회장은 금융실명제법을 위반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 상당'의 통보를 받았지만, 내년 3월까지 현직을 유지하며 사태를 수습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런데 이날 '자진사퇴'를 기정사실화 했다. 다른 관계자는 "마지막으로 조직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 끝에 내린 결단으로 보인다"며 "30일 이사회 때 이를 공식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라 회장의 결단은 '사면초가'에 빠진 자신의 처지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결백을 주장하고 있지만 검찰의 수사 강도가 높아지고 있고, 정치권 등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다. 감독당국도 끝까지 '신한 사태'의 책임을 묻겠다는 강경한 태도다. 실명제법 위반과 관련해서는 현직유지가 어려운 '직무정지 상당'의 징계가 나올 가능성도 높다.

무엇보다 그동안 든든한 버팀목이 됐던 재일교포 주주들이 등을 돌린 게 치명타였다. 해외 출장 중이던 지난 24일 도쿄에서 재일교포 주주들을 만나 재신임을 위한 설득작업을 펼쳤지만 별 성과 없이 돌아왔다. 한 재일교포 주주는 "(호응이 낮아) 라 회장이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당국의 중징계가 확정된 뒤 쫓겨나 듯 물러나는 것보다 그 이전에 스스로 퇴진하는 게 모양새가 좋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회장직에서 물러나도 등기이사 자격은 내년 3월 주총까지 유지될 전망이다.

라 회장이 사퇴의사를 밝혔지만, 신 사장과 이 행장의 거취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신 사장은 끝까지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겠다는 의지고, 사퇴 여부를 이 행장 거취와 연동시키고 있다. 이 행장은 물러날 뜻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라 회장이 사퇴하면 신한지주는 경영 공백상태에 빠지게 된다. 신 사장이 직무정지를 당한 탓이다. 따라서 경영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후속작업이 잇따를 수밖에 없다. 현재로선 대표이사 직무대행체제가 가장 유력하다. 내년 정기주총까지 사태를 수습하며 경영권 승계구도를 짜기 위해서다.

옛 제일은행(SC제일은행) 행장과 은행연합회장 등을 지낸 류시열 비상근 이사가 오르내리는데, 5년간 신한지주 사외이사를 맡아 내부에 대한 이해가 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직무대행은 등기이사 중에서 뽑아야 하는 것도 류 이사의 직무대행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러나 라 회장의 우호적 인사라는 점이 부담스럽다. 재일교포 주주들은 신한지주 안팎에 상관없이 중립적인 인물이 나서야 사태가 수습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신 사장 측도 마찬가지다. 직무대행 대신 중립적인 인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자는 주장도 이와 맞물린다.

하지만 신 사장도 최근 직무대행 체제에 반대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져, 직무대행이 이사회와 함께 사태를 수습하고 후계구도 등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직무대행이 선임되면 이사회를 중심으로 '포스트 라응찬'을 위한 후계구도 논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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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태 편집담당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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