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응찬 황영기 강정원, 명예에도 등급이 있다?

라응찬 황영기 강정원, 명예에도 등급이 있다?

김익태 기자
2010.11.23 15:13

[기자수첩]금융위, 라응찬 신한지주 전 회장 징계 내리면서 설명 없었던 이유

"당사자의 명예가 훼손될 수 있어서…"

지난 18일 금융위원회가 금융실명제법을 위반했다며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에게 '직무정지 3개월 상당'의 중징계를 확정한 뒤 기자들이 이에 대한 브리핑을 요구하자 당국자가 던진 말이다. 다 알려진 내용인데 굳이 카메라 앞에서 브리핑까지 할 필요가 있냐는 말투였다.

여기저기서 기자들의 불만이 쏟아졌지만, 끝내 브리핑은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한장짜리 간단한 보도자료가 배포됐다. 차명계좌 수, 최초 차명예금액 등 추가 취재는 각자 알아서 하라는 의미였다. 9월 2일 신한은행이 신상훈 사장을 검찰에 고발하며 촉발된 '신한 사태'와 관련해 감독당국은 이렇게 찜찜하게 마침표를 찍었다.

'신한 사태' 발생 후 줄곧 '늑장대응' '은폐' '묵인' '비호' 의혹 등에 시달려야 했던 감독당국이다. 검사 과정에서 라 전 회장의 차명계좌 운용 사실을 적발하고도 이를 윗선에 보고하지 않은데 대한 비난이었다. 자체 검사를 할 수 있었음에도 검찰 핑계를 대며 움직이지 않은 것에 대한 질타도 있었다. 금융감독원은 이를 '검사 관행'으로 해명하며 억울하다고 항변했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어주는 이는 없었다.

브리핑을 거부하며 금융위원회가 내세운 이유도 석연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9월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에게도 라 전 회장과 똑같이 '직무정지 3개월 상당'의 중징계가 떨어졌던 탓이다. 당시 감독당국은 언론에 황 전 회장이 뭘 위반했는지 아주 세세하게 브리핑을 했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불과 4개월 전인 지난 7월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에게 '문책적 경고'의 중징계가 이뤄진 뒤 금감원은 법 위반 내용을 기자들 앞에서 아주 자세하게 설명했다. 황 전 회장과 강 전 행장의 제재 내용 브리핑 실시 이유는 간단했다. 당사자에 대한 명예훼손 우려가 있지만 언론에서 관심이 많으니 할 수밖에 없다는 거였다.

명예에도 등급이 있냐고 비꼬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라 전 회장의 명예만 명예고, 황 전 회장과 강 전 행장의 명예는 명예가 아니냐는 거다. 석연치 않은 행동으로 감독당국이 굳이 오해를 자초할 필요는 없다. 더욱이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며 팔을 걷어붙인 정부 아닌가.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김익태 편집담당 상무

안녕하세요. 편집국 김익태 편집담당 상무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