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재무악화 우려있다"···공감대 형성
현대건설 채권단이 현대그룹에 자금성격 의혹이 일고 있는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 예치금 등에 대해 자금출처 증빙자료를 28일까지 보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제출된 자료로 충분한 소명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29일이 시한인 양해각서(MOU) 체결을 늦출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돼 현대그룹의 대응이 주목된다.
아울러 산업은행 등 일부 채권단은 현대그룹에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또 하나의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책금융공사 등 현대건설 주주협의회는 25일 현대그룹에 현대상선 프랑스 현지법인이 보유한 나티시스 은행 예금 1조2000억 원에 대한 자금출처 증빙자료를 보완재출하라고 요구했다.
해당 자금에 대한 자금 성격 의혹이 일자 현대그룹이 지난 23일 공동매각주간사인 메릴린치에 담보 없는 대출금이라는 점을 밝혔지만, 소명 자료에 미흡한 점이 있다고 판단한 탓이다. 시한은 오는 28일이다.
채권단은 MOU 체결 등 추후 일정을 증빙자료 제출 여부를 확인한 후 판단키로 했다. 소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MOU 체결을 29일 이후로 미룰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산업은행 농협 등 현대그룹 채권은행협의회 산하 운영위원회 소속 은행도 이날 운영위원회의를 열고,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에 따른 재무악화 우려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채권단 관계자는 "회의에 참석한 4개 은행이 현대그룹의 재무악화 가능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며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 등에 대한 방안은 추후에 다시 운영위원회를 열고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그룹에 대한 재무악화 우려에 채권은행들이 공감을 표한 만큼, 채권단은 곧 재무개선약정 체결 압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독자들의 PICK!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현대건설 입찰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사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현대그룹에 대한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 진행을 잠정 유보해왔다.
하지만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본 입찰에서 시장 예상가보다 높은 가격을 써냄에 따라 채권단 내부에선 유동성 리스크 관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현대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된 이후에도 인수 자금 출처 논란 등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도 채권단으로 하여금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을 신속하게 마무리 지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만들고 있다.
현대그룹이 논란이 되고 있는 현대건설 인수 자금과 관련해, 현대건설 채권단에 자금의 구체적인 출처 등의 자료를 제출할 경우 차입금이 높아지는 등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해야 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
특히 이날 열린 운영위원회는 산업은행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은행은 현대건설 주식을 한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현대그룹에 대한 여신규모가 가장 크다.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그동안 현대건설 인수 건으로 재무약정 체결이 미뤄져 왔는데 현재 현대건설 매각건도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약정체결을 미룰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현대그룹의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국 관계자는 "재무구조개선약정은 현대건설 인수전과 별개로 현대그룹이 치르고 지나가야 할 절차"라며 "현대건설 인수에 필요한 자금량이 상당한 만큼 채권단이 이에 대한 리스크 관리 필요성이 그만큼 커졌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채권단은 지난 9월 법원이 채권단 공동제재를 중단하라는 현대그룹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것과 관련, 현대그룹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에 대해 추후 회의에서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현대그룹은 채권단의 재무구조개선약정 압박에 대해 이전처럼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 인수와 관련해 자금출처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재무약정 체결을 둘러싸고 채권단과 또 한 번 대립할 경우 MOU를 서둘러 체결해야 하는 현대그룹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