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처 예정가比 최고 44%., M&A 앞두고 공격적 외형확장..후유증 우려
더벨|이 기사는 12월20일(14:24)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현대건설(151,100원 ▲2,300 +1.55%)이 올해 상당수 주요 해외공사를 저가에 수주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인수합병(M&A) 등을 앞두고 수익성을 중시하기보다는 외형 성장에 치중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유럽과 중국 등 최근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는 해외업체의 거센 추격도 공격적인 수주를 거들었다.
경쟁사들은 현대건설의 지나친 저가 투찰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켜 해외에서 국내 건설업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중동서 초대형 플랜트·토목 공사 저가 싹쓸이
현대건설의 해외공사 저가 수주는 유럽 건설업체들의 가세로 경쟁이 치열했던 중동의 플랜트 시장에서 두드러졌다.
현대건설은 지난 5월 UAE 보르주 3차 석유화학 플랜트 확장공사 입찰에서 예가(예정가격) 대비 44%의 가격을 써냈다. 발주처인 아부다비 폴리머사가 책정한 예산은 21억달러였으나 현대건설이 9억3500만달러에 공사를 가져갔다.
입찰에 참여한 경쟁사와의 금액차이는 20% 이상 벌어졌다. 독일의 린데(Linde) 컨소시엄과 스페인의 TR은 각각 11억3900만달러와 11억5000만달러를 써냈다. 삼성엔지니어링, 대림산업 등의 국내 건설사들이 제시한 금액은 12억달러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1위 업체의 투찰가격이 2위 업체와 10% 이상 벌어지거나 예가 대비 50% 이하에 형성될 경우 덤핑 입찰로 간주한다.
현대건설은 이어 지난 8월 쿠웨이트 국영 석유회사(KOC)가 발주한 오일가스 파이프라인 1번 패키지 공사 입찰에서 SK건설, 대림산업 등의 국내 건설사를 제치고 낙찰자로 선정됐다.
투찰가는 예가 대비 87%인 14억585만달러(4억500만디나르)이다. 영국의 페트로팍(Petrofac)과 이탈리아 턴키업체인 사이펨(Saipem) 등이 공격적으로 뛰어들었으나 현대건설과 10% 이상 격차가 벌어졌다. 세계 석유가스산업의 리더로 불리는 프랑스의 테크닙(Technip)은 현대건설보다 2배 가까운 금액을 적정 공사비로 제시했다.
현대건설은 동시에 입찰에 부쳐진 2번 패키지 공사에서도 예가 대비 57%의 최저가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 공사는 입찰가격 순위 2위업체인 페트로팍에 돌아갔다. 발주처인 KOC가 특정업체에 편중된 저가 낙찰 논란을 우려해 공사를 외국업체에 넘긴 것이다. 페트로팍이 제시한 공사금액은 현대건설 투찰가보다 17%가 높았다.
해외건설업계는 올해 중동 플랜트 시장이 상반기 UAE 보르주 석유화학 플랜트 공사를 시작으로 과다 출혈경쟁이 본격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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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건설사 플랜트사업부 관계자는 “보르주 3차 프로젝트 투찰 이후 저가 입찰경쟁이 불붙었다”며 “원가율을 반영한 정상가격으로는 사실상 수주가 어려울 정도로 극심한 출혈경쟁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해외 토목과 건축 부문에서도 저가 수주가 이어졌다. 현대건설의 싱가포르 복합시설 공사 수주액은 4억달러로 원가율 100%의 입찰가를 써낸 경쟁사보다 5% 가량 금액이 낮았다.
이달 말 공사계약을 체결할 예정인 쿠웨이트 수비아 대형 교량 설치 공사도 저가 입찰 논란이 일고 있다. 현대건설이 현지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제시한 금액은 26억달러. 사우디아라비아 굴지의 건설사인 빈란덴그룹 컨소시엄은 이 보다 10% 가량 높은 28억5000만달러를 제시했다.
◇M&A 앞두고 외형 키우기?...수익성 악화 부메랑 우려
현대건설 해외공사 수주액 증가는 2009년 3월 김중겸 사장 취임 후 두드러진다. 2008년 45억달러에 불과하던 해외 수주액은 2009년 46억달러에서 2010년 110억달러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해외사업 매출액은 1조7500억원에서 3조3080억원으로 불어났다.
반면 국내사업 매출규모는 2009년 5조원에서 2010년(9월말 현재) 3조5800억원으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해외사업 비중 증대는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진 국내 건설시장을 대체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기업 인수합병(M&A)을 염두에 둔 공격적인 외형 확대도 저가 수주의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매출 규모를 키워야만 시장에서 가치가 극대화된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매출에서 해외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커지고는 있으나 오너경영 체제인 경우 입찰가를 낮추는 데 한계가 있다”며 “반대로 채권단 관리 아래에서는 실적 중심의 과감한 베팅이 가능한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 해외에서 현대건설의 공격적인 투찰이 잇따르면서 입찰가격이 2위 업체와 10% 이상 벌어지는 일이 많았다"며 "이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덧붙였다.
외형 성장 중심의 해외 수주 확대는 중장기적으로 이익성장에 발목을 잡을 공산이 크다. 특히 저가 수주가 1조원 이상의 초대형 공사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은 향후 실적 악화를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현대건설은 해외공사 원가율이 올 3분기 현재 90%로 지난해 93%보다 3%p 낮아졌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올해 계약공사가 매출로 이어져 원가에 반영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린다.
M&A를 앞두고 해외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했던 대우건설도 최근 원가율이 오르면서 영업실적 개선에 발목이 잡혀 있다. 2006년 해외사업 수주 규모가 전년대비 급증했으나 이듬해부터 원가율이 오르기 시작해 2008년에는 100%를 넘어섰다. 금호그룹으로 피인수된 2006년 말 원가율은 92%에 불과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국내 관급 사업도 업체들이 자사 영업이익 전략에 따라 예산대비 60~70%에 입찰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해외사업 부문은 원가율 상승을 우려할만한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