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없는 은행' 지배구조 확 바뀐다

'주인 없는 은행' 지배구조 확 바뀐다

김익태 기자
2011.01.04 08:03

[대한민국 은행 어디로 가나] <중-1>'경영지배구조법' 그림 따라 일대 변화 불가피

사외이사와 감사위원회제도는 외환위기 이후 금융회사 대주주와 경영진을 견제, 건전한 경영을 도모하자며 도입한 노력의 산물이었다. 적잖은 성과가 있었지만, 공든 탑이 무너진 건 한 순간이었다. 지난해KB금융(164,500원 ▲9,000 +5.79%)지주와신한지주(100,900원 ▲3,000 +3.06%)에서 벌어졌던 한편의 드라마는 '주인 없는 은행'의 지배구조가 갖고 있는 한계를 그대로 드러냈다.

연임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무리수를 두다 뒤탈이 났고, 거수기의 오명을 벗지 못한 사외이사들이 있는 반면 견제의 도가 넘쳐 또 하나의 권력이 된 이들도 눈에 띄었다. 최고경영자(CEO)의 잘못된 판단으로 거액의 투자손실이 발생했다. 제어장치는 제대로 작동되지 못했다. CEO가 임기 연장에만 연연하다 보니 후계자 양성도 뒷전으로 밀렸다. 임기제한은 물론 대주주와 임원 자격심사를 강화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자연스레 경영지배구조 개선 문제는 올해 금융권을 달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고, 금융당국은 가칭 '금융회사 경영지배구조법'을 제정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결과에 따라 금융회사들의 지배구조에도 일대 변화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대주주·경영진 감시 강화=지난해 9월 14일 금융권의 관심은 전성빈 신한지주 이사회 의장의 입으로 쏠렸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에 대한 직무정지는 물론 이백순 전 행장 해임 논의가 이뤄졌다. 사상 초유의 사태 처리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지만, "이사회에서는 진위를 판단할 입장이 아니고, 해서도 안 된다는 결정을 내렸다"는 전 의장의 말에 금융권은 크게 실망했다.

사법당국의 결정을 보고 나서 결정하겠다는 것이었지만,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사회는 기업 경영관리의 최고 결정기관이다. 경영진의 선임과 해임은 물론 기업의 중요 결정 등이 이뤄지는 곳이다. 이사회가 제 역할을 못하면서 내분사태는 장기화됐다. 사외이사의 역할에 대한 회의론이 커졌다.

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은 과도한 권한을 행사하다 비판을 받았다. 경영진 견제 수준을 넘어 그들만의 성을 쌓다 여러 폐단을 양산했다. 일부 사외이사들의 전문성 결여도 지적됐다. 모두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전문성, 책임성에 대한 규율이 미흡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당국은 지난해 초 사외이사 선임과 운영에 대한 모범규준으로 이를 일부 보완했다. 다. 올해는 사외이사 중심으로 이사회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경영목표와 평가, 임원 보수와 임면, 리스크 관리 기준 등 중요 사항을 반드시 이사회가 처리하도록 하는 게 주요 골자다.

일정 규모 이상의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사외이사가 이사 총수의 과반수가 되도록 의무화할 방침이다. 3인 이상 사외이사를 두되 이사회 의장은 원칙적으로 사외이사로 선임토록 한다는 것이다. 단 사외이사 전원 동의를 받은 경우는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할 수 있게 예외를 인정하는 등 탄력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사내 등기이사 뿐 아니라 금융회사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집행임원에 대한 감시도 강화된다. 현재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 등 중요 업무 수행자들은 CEO의 의해 선임되는 구조다. 그러다보니 이사회의 통제를 거의 받지 않는다. 이사회에 대한 보고의무도 없다. 예컨대 CEO의 경영전략이 리스크 관리상 위험한데도 CRO가 반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외이사 제도가 확대되면서 이사회 통제를 받지 않는 집행임원이 증가한 측면이 있다"며 "이로 인해 이사회에 의해 경영감시가 효과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집행임원의 이사회 보고의무를 강화하는 등의 규율을 만들어 경영진의 책임과 자격 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집행임원제도가 개선될 전망이다.

◇감사위원회 독립·내부통제체계 강화= 감사위원회는 내부통제 기능을 수행하는 이사회의 핵심기구 중 하나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독립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대부분의 금융회사가 상근감사위원 중심으로 운영하거나, 주총 이사 선임 후 감사위원을 임면해 대주주의 영향력에서도 자유로울 수도 없다. 이러다보니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 기능이 제대로 정착될 수 없다.

당국은 사외이사 중심으로 감사위원회가 운영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후적 업무감사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게 내부감사와 내부통제시스템도 강화된다. 사외이사로 구성되는 '위험관리위원회'와 '위험감시인'을 운영하고, '보상위원회'가 위험과 보상이 연계되는 보상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임원 보수 등을 심의하게 한다는 얘기다. 보수 중 일정 비율 이상을 성과보수로 지급하거나 성과보수는 일정기간 이상 이연 지급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

◇집행임원 자격 심사 강화= 지난해 하반기 금융권을 달군 '신한 사태'는 '포스트 라응찬'을 놓고 벌어진 내분사태였다. 라 전 회장의 연임과 후계구도가 맞물리며 벌어진 일이다. 뒤늦은 후회였지만 그는 "주변의 권유를 뿌리치지 못하고 무리하게 연임한 것이 잘못인 것 같다"는 말을 남겼다.

이처럼 주인 없는 금융회사에서 CEO들은 임기 연장에 급급해하다 무리수를 두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감독당국의 징계를 받고 불명예 퇴진한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CEO 리스크'다. CEO가 사외이사나 감사위원회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점은 여러 사례를 통해 확인됐다. 그럼에도 이런 위험을 해소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현재로선 없는 상황이다. CEO의 연임 제한 등 보다 직접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이유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집행임원에 대한 실효성 있는 자격심사제도가 없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개별법에서는 임원의 결격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심사 주체나 과정, 절차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집행임원에 대해 임원에 준해 선임이나 자격요건, 제재 등을 규율하고 불법행위를 한 임원에 대해 자격제한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령에 임원 심사주체와 방식을 명확하게 하겠다는 의미로 금융회사가 자체 심사하고 자체 확인이 어려운 사항은 감독당국에 확인을 요청하도록 하는 방안은 물론 금융회사 자체 심사 후 감독당국에 사후 통지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임원 선임 제한 방식도 개선된다. 현재는 상대적으로 경미한 제재 시에도 전체 금융회사 임원 선임을 제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행령에 근거한 임원 선임 제안 사항을 모두 법률에 명시하고, 제재와 임원자격제한을 연계하지 않는 방안을 주장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 밖에 "동일한 사항임에도 개별법에서 달리 규정돼 있는 조항도 통일적으로 정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개별법령마다 차이가 있는 소수주주권 행사비율을 동일하게 규정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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