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은행 어디로 가나] <상-1>우리=수성, 국민=탈환, 하나=공격, 신한=재도약
2011년은 은행권 재편과 맞물려 은행들의 영업 전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2008년 금융위기의 파고가 잦아들면서 국내 은행들은 전열을 가다듬고 영토 확장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영업대전은 새해 벽두부터 출정식을 올린 뒤하나금융지주(110,200원 ▲3,700 +3.47%)의외환은행인수가 마무리되는 상반기 이후 한층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우리 KB 신한지주 등 기존 3강 1중 체제에서 4강 체제로 역학 구도가 바뀌면서 핵심 계열사인 은행들의 주도권 잡기 쟁탈전이 한층 치열해질 수 있는 탓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자산건전성이 위협받을 가능성도 있다. 금융감독당국은 따라서 건전성 감독을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경험칙 상 위기 뒤 금융회사들의 외형경쟁이나 쏠림현상이 반복됐던 학습효과를 반영한 것이다.
◇하나+외환, 3위 출현에 금융그룹 긴장=최근 조직개편을 완료하고 '리딩뱅크'(선도은행) 탈환 채비를 마친 KB국민은행은 이미 공격적 영업에 나섰다. 지난 해 취임 후 영업 강화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어윤대 회장과 민병덕 행장이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소호) 대출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신한은행 역시 경영진 간 내분 여파를 수습한 뒤 재도약에 나설 채비를 강화하고 있다. 외환은행 인수 완료시 신한금융은 자산 기준으로 하나금융에 밀려 4위로 떨어지게 된다. 기존 고객 이탈 방지를 위한 마케팅 강화 등 신한은행의 반격이 예상된다.
자산기준으로 박빙의 1위에 오른 우리은행은 '성장과 내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선두 굳히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올해 자산성장 목표치를 은행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인 7%대로 잡았다. 여기에 기업은행이 이들의 뒤를 바짝 쫒고 있다. 기업은행은 강점이던 중소기업 금융 외 개인 금융 부문에 눈을 돌리며 사업 영역을 확대 중이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외환은행을 얻게 되는 하나금융(하나은행)의 움직임이다. 하나은행의 공격 포인트에 따라 다른 은행들의 행보가 맞춰질 수밖에 없다.
◇기업보다는 리테일·소호에 집중=올해 국내 은행들은 자산 성장 목표치를 예년 수준인 4~7%로 잡았다. 지나친 자산 경쟁에는 몰입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대신 우량 중소기업, 개인사업자(소호), 개인금융 부문에 집중할 계획이다.
당장 하나은행이 올해 '고객 속으로'라는 구호와 함께 리테일 부문 강화에 나섰다. 올해 활동고객 수(30만 원 이상 수신 또는 여신이 있는 고객) 증대에 주력, 현재 320만 명인 활동고객수를 올해 400만 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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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도 현재 약 270만 명인 우량 개인고객을 올해 20만 명 더 늘린다는 목표를 잡았다. KB국민은행도 미래 우량고객을 잡기 위해 대학가 지점 40개를 신설하고 소형특화 지점을 20개 늘리는 등 60개 지점을 추가로 개설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의 한 고위 임원은 "개인과 중소기업에 중점을 두고 대기업은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면서 가져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으로 금융규제가 강화되면서 리스크 관리가 화두로 떠오른 상황이다.
국내 시장이 한정된 만큼, 은행들의 고객 잡기 경쟁은 보다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고객에 대한 서비스 연계나 스마트폰 등을 활용한 전략이 그것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숫자에 치중하기보다 '크로스셀링' 강화 전략을 펼칠 것"이라며 "예를 들어 예금 고객에 펀드나 보험(방카슈랑스), ELD 등을 판매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위해 직원들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는 연수와 교육 프로그램도 늘릴 계획"이라며 "고객들의 니즈(요구)는 있지만 공급이 없는 틈새시장 개척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새 수익원 찾아라…비은행 부문 기웃=다만 국내 중소기업 및 가계대출 시장이 포화상태라는 데 은행들의 고민이 있다. 대출할 곳은 마땅치 않은데 경기마저 쉽게 풀리지 않는다.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이 전망돼 은행들의 가계대출 영업 전망을 한층 흐리게 하고 있다.
최중기 한신정평가 팀장은 "가계부채 문제가 올해 은행권의 최대 리스크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가계부채 문제는 결국 주택가격 문제와 맞물려 있다. 최 팀장은 "올해 은행권 전략이 주택경기 동향에 달려 있는 셈"이라며 "주택경기가 개선된다면 주택담보대출이 활기를 띨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일단 상반기 중소기업 대출에 집중하되, 하반기 경기 상황에 따라 주택다보대출과 기업 시설자금 대출 등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 깊은 고민은 전통적인 예대 마진 업무의 수익창출력이 정체됐다는 점이다. 한정태 하나대투증권 이사는 "하반기가 되면 성장성에 대한 고민이 시작될 텐데, 국내에서 더 이상 성장 동력을 찾기는 어려운 상태"라며 "결국 비은행 부문이나 해외 진출로 돌파구를 마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비은행 부분에서는 카드나 펀드, 보험 부문을 확장하거나 증권을 강화하는 방법이 있다. 아울러 은행들은 M&A나 채권발행 등 상업은행 이외의 업무를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대기업 그룹 대상 금융솔루션 상품개발에 나설 계획인 국민은행이 한 예다. 국민은행 고위 임원은 "단순 기업 여신이 아닌, M&A 등 기업들의 금융수요에 전체적인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4강 체제로 해외 진출 경쟁 격화=4강 체제로의 개편은 한창 진행 중인 해외 진출 경쟁 역시 심화시킬 전망이다. 변현수 산은경제연구소 연구원은 "호주에서도 4대 은행 간 경쟁이 격화되며 해외 진출이 활발해졌다"며 "우리 역시 4강체제로 개편되면서 해외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의 경우, 우리은행이 러시아(상트페테부르크), 호주(시드니), 동남아, 남미 등에 진출 계획을 밝혔다. 국민은행은 중국 영업을 강화하는 한편 인도와 베트남 진출 계획도 갖고 있다. 기업은행도 중소기업 금융 강점을 이용, 중국과 베트남, 인도 등 아시아 핵심시장 진출을 적극 모색할 계획이다.
무분별한 해외 진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진출한 나라의 현지인이나 기업과 거래하는 비율이 낮고 해외 진출한 국내 기업의 지급보증을 서는 수준에 그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하나대투증권의 한 연구원은 "해외시장 진출은 단순히 해외 지점을 하나 늘리는 것과는 의미가 다르다"며 "일정 규모 이상의 자본이 나가야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KB금융이 카자흐스탄에서 1조원을 들여 은행을 매입한 것과 같은 자금투자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외형경쟁·쏠림현상 재현 방지= 감독당국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위기 뒤에는 줄곧 금융회사들의 외형경쟁이 뒤따랐다는 경험칙을 알고 있는 탓이다. 2003년 카드 사태와 2006년 은행들의 무분별한 자산 확대 경쟁의 폐해가 컸다. 이를 위해 대형 금융회사의 내실경영을 유도하고 검사도 전문성과 실효성을 크게 높이기로 했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위기상황이 종료되는 내년부터는 금융회사들이 다시 외형경쟁에 나서거나 쏠림현상이 재현될 수 있다"고 전망한 뒤 "향후 가계부채 및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잠재리스크 요인들이 현재화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