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역할부재→CEO리스크→실적악화' 악순환

이사회 역할부재→CEO리스크→실적악화' 악순환

김지민 기자
2011.01.04 10:07

[대한민국 은행 어디로 가나]<중-2>사외이사 견제 기능 법적 보장 필요

"신한금융 사태는 올해 금융권에서 벌어진 일 가운데 압권이었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한 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뭐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지배구조의 모범으로 칭송받던 신한금융지주에서 벌어진 초유의 사태에 금융권이 큰 충격을 받았다는 단적인 사례다.

지난해 국내 리딩뱅크였던KB금융(152,200원 0%)에 이어 은행들의 롤 모델로 평가받던 신한금융에서 벌어진 사태는 국내 금융지주회사가 얼마나 최고경영자(CEO) 리스크에 취약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하나금융도 마찬가지다. 김승유 회장은 1997년부터 13년 동안 회장을 지내고 있다. 사실상 김 회장 체제 이후의 대안이 없다는 점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리금융은 공적자금이 들어간 탓에 권력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권이 교체될 때 마다 CEO가 수시로 교체되는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CEO 리스크는 이사회 역할 부재에서 비롯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경영진을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들이 오히려 경영진과 친분이 있거나, 전문성이 떨어짐에도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사외이사와 경영진의 결탁 풍토가 없어지지 않는 이유기도 하다.

결탁을 넘어 사외이사들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회장 선임을 좌지우지하는 문제도 발생했다. KB금융이 대표적이었다.우리금융역시 사외이사가 포함된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회장을 선출한다. 하나금융도 사외이사 일부로 구성된 경영발전보상위원회에서 등기임원 후보를 확정한 후 이 가운데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형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회장을 선임하는 것은 결국 주주들이 해야 할 몫이지만 회추위를 구성해도 주주들의 생각이 반영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새로운 방식을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대주주가 없는 국내 금융회사들에서 이것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 낙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취약한 지배구조로 인한 문제는 결국 실적악화로 귀결됐다. 황영기 전 회장과 강정원 전 행장의 낙마 영향으로 KB금융은 지난해 당기순익 5398억 원이라는 초라한 실적을 거뒀다. 우리금융은 잦은 CEO 교체로 기업금융과 투자금융(IB) 같은 강점을 살리지 못한 채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변화의 움직임도 감지된다. 신한금융은 최근 회장과 사장 2인 대표이사 체제를 회장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한 사태에 대한 반성의 결과다. 다른 지주사들은 은행연합회가 제시한 사외이사 모범규준에 따라 사외이사 임기를 3년에서 2년으로 줄였다.

구본성 금융연구원 박사는 "현행 사외이사 제도는 경영진에 대한 적극적인 감시 측면에 비해 사외이사 제도를 절충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며 "사외이사의 전문성이나 독립성, 책임성에 대한 엄격한 규율체계가 마련되지 않아 사외이사의 견제기능을 법적으로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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