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의 존립이 정면 도전 받고 있습니다". 외환은행 창립기념식 축사에서 나온 말입니다. 축사라기엔 다소 무겁지요. 지난 1967년 설립된 외환은행은 31일 44번째 생일을 맞았습니다.
이날 오전 10시 본점 강당에서 진행된 창립기념식에는 약 200여 명의 임직원이 참석했습니다. 하지만 즐거운 생일잔치가 되어야 할 날에 행사장의 분위기는 묘하게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최근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문제를 둘러싼 논란 때문이겠지요.
래리 클레인 외환은행장은 축사에서 "임직원 여러분이 대주주 변경에 대해 상당히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며 "이사회 의장이나 은행장으로서 외환은행의 행명과 독립성, 직원의 고용안정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직원들을 안심시켰습니다. "임직원 여러분이 현재 시기를 차분히 헤쳐 나가고 각자의 본분을 다해야 외환은행이 성장할 수 있다"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행장에 이어 두 번째 축사자로 나선 김기철 노조위원장은 "(외환은행이) 44년 역사에서 최대의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말로 축사를 시작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은행의 존립이 정면 도전을 받고 있다"며 "많은 이들이 하나금융 인수를 기정사실인 것처럼 말 하고 있지만 외환은행의 전 직원은 하나금융을 인정할 수 없고 인정하지도 않는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의 대주주가 되는 것을 반대한다는 뜻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한 것이죠. 행장의 축사에도, 위원장의 축사에도, 임직원들은 모두 조용히 침묵을 지켰습니다.
이날 행장과 위원장은 모두 '하나가 되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행장은 "우리 모두 하나가 되어 기회를 우리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면 올 한해도 스마트뱅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위원장은 "8000명의 외환은행 직원이 단결해 헌신과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다면 (투쟁에서)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외환은행은 정부의 공적자금이 투입되지 않은 최초의 은행이자, 현재 세계 22개국 49개의 해외네트워크를 보유한 국내 최대의 글로벌 은행이기도 합니다. 행장과 위원장이 강조한 '하나'는 결국 외환은행이 발전적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말일 것입니다. 외환은행의 다음번 생일상은 조금 더 밝은 분위기에서 차려지길 기대합니다.